남북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그제 아시안게임 폐막에 맞춰 인천을 다녀갔다. 북한 고위급 실세 세 명이 한꺼번에 방한한 것은 이례적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당장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의 회담에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11월 초에 열기로 하는 성과물을 내놨다. 북 실세들의 '깜짝 방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북은 전날까지도 유엔(UN)에서 핵 포기 및 인권개선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갑작스런 방한은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절박함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미ㆍ일ㆍ러시아 등과의 접촉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외국의 투자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남북대화를 출구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실세들이 방한해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녹이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의 실현을 위해서도 그렇다. 2차 고위급 접촉을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진정성이 관건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은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와 신뢰 구축이다. 북은 고위급 인사들의 전격 방한이 전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미, 한중 관계의 틈을 벌리고 북ㆍ미, 북ㆍ일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대화를 이용하려는 의도라면 하지 않음만 못할 것이다. 고위급 인사가 방한한 날에도 북한 노동신문이 박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할 일이다. 우리 정부도 보다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핵문제나 인권문제, 남북교류 등에서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유연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자. 대화와 협력, 교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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