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 도서정가제 시행 앞두고 '혼란' 가중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오는 11월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서점의 과당할인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일부 출판사들도 가세해 '재고서적 땡처리'에 나서는 등 시장 붕괴 직전이다. 최근 일부 온라인서점에서는 90% 할인, '선착순 100원' 이벤트 등 유통 질서가 일시적인 혼란에 빠졌다. 이에 따라 동네 서점 및 출판단체들은 도서정가제 시행 전 온라인서점의 과당 할인을 중지하라며 시장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18개월 이상 경과한 서적에 대해 할인율 15% 이내로 규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출판사의 재고 처리 및 수요자 붙들기에 급급한 온라인 서점들의 할인 폭탄이 거세다. 출판계는 도서정가제에 앞서 시장이 회복 불능 상태로 갈 경우 수많은 독자들이 책을 외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한편으로 도서정가제 시행에 앞서 베스트셀러 산정 방식 개편이라는 상반된 모습도 나타나 주목된다. 교보문고는 23일 '베스트셀러'의 기준 개편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주간 베스트셀러 선정에 4주간 가중 평균 판매량을 합산하는 누적판매량 개념을 도입하고 스테디셀러와 '스테디예감'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판단체 및 온라인 서점에서도 발표 베스트 셀러 집계 방식 개편이 예상된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 변화만으로 출판시장이 정상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에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행 격주간 '기획회의'는 376호 특집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답이다"를 통해 도서정가제 조기 정착 및 한국 출판의 미래를 점검했다. 장동석 편집주간은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시장 혼탁이) 독자들의 가격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공정한 베스트셀러 집계가 이뤄져야 사재기 등 구태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독자들에게 도서정가제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이뤄져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한다는 지적이다.변춘희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는 "이제는 책이 소비되는 방식과 다양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소비자 개인으로는 싼 곳에서 책을 사면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보와 자본을 가진 측면 유리해지는 구조로 전락할 것"이라고 독자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책값 인하경쟁으로 고급서적 출간 위축 및 다양성 상실을 막기 위해 도서정가제의 조기 정착이 요구된다며 프랑스 식 도서정가제 도입도 검토할만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프랑스의 경우 도서정가제를 통한 출판산업 지속가능을 위해 정책 도구를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1981년 세계 최초로 5% 이내로 할인율을 묶는 도서정가제를 법제화한데 이어 2011년 전자책에도 이를 적용하는 '디지털서적에 관한 법률' 및 올해 '반 아마존법'을 제정, 선도적인 국가로 꼽힌다.반 아마존법은 온라인서점의 무료 배송을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일반서점에서는 무료 배송이 가능해 온라인서점보다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추고 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의 개정 도서정가제는 프랑스 도서정가제에 비해 개선할 점이 많다"며 "할인율과 배송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유통망의 3대 축인 지역서점과 대형서점, 온라인서점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어 상생의 철학으로 도서 유통의 평형수를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재고도서 재방출은 오늘날 한국 출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참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현 할인경쟁은 정도가 지나치다며 출판계 전체의 자충수라고 개탄했다. 백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출판이 살기 위해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 이유로 판로가 축소되고 집중될수록 출판 경영 악화, 발행종수 감소, 유통권력 심화, 독자의 선택권 감소 등을 꼽았다. 백 연구원은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 하는 산업지체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첫걸음은 완전한 도서정가제 확립에 있으며 그 추동력은 한국출판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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