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구직자들은 취업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린다. 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농촌에는 일손이 달린다.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당장 써먹을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로 끙끙 앓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다. 정부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 더 나아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로 일자리 미스매치를 꼽고 있다. 성장과 복지는 일자리를 통해 선순환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미스매치, 얼마나 심각하나= 경기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 80만7000명 가운데 47.3%가 일자리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자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 올해 1분기 사업체에서 채용계획을 발표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율은 11.5%, 미충원인원은 9만명을 기록했다. 직종별로는 운전·운송, 경영회계사무, 기계 등 순이다.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력(부족인력)은 25만9000명으로 집계됐다.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거나, 구직자가 기피하는 조건 또는 임금수준 등이 미충원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제조업의 연구직, 기술직 인력부족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3.14%, 4.06%로 0%대인 대기업과 대비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로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바로 써먹을 사람도 없다. 겨우 채용해서 교육을 시키면 대기업 경력직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체계적 직업교육시스템 없어= 전문가들은 일자리 미스매치의 원인으로 인력수급의 불균형, 산업현장과 학교교육 간 괴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 부재 등을 꼽았다. 최영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고용능력개발연구실장은 "단순노무직은 인력이 부족하고 사무직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지역별, 업종별로 차이가 크지만 이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곧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 기존 중고령인력의 근로조건 악화, 경제력 낭비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직업훈련은 과학적 통계에 기반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주력산업은 물론 육성 중인 신산업에 대해서도 산업수요 예측과 함께 필요인력 규모, 투입시기 등이 정교하게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훈련과정도 질적 미스매치에 빠졌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다양해졌지만, 국내 직업훈련과정은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비슷비슷한 수준이다. 7700여개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평가시스템도 없다. 그나마 실시중인 교육도 실업자 중심으로 국한돼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현장과 학교교육이 따로 도는 점과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청년실업의 주원인으로도 꼽힌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 취업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금격차, 근로여건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 등 선진국 모델 뭐가 다른가= 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설계하고 청년층 중심의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는 등 직업교육체계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CS는 어떤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표준화한 것으로 호주, 독일, 핀란드 등이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식 도제제도를 한국형으로 만든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이론과 현장교육을 함께 실시하는 제도다. 1990년대 직업훈련시스템 개혁의 시기를 맞았던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1800년대에 도제제도를 도입하고 1970년대 들어 공공직업훈련기관인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를 설립했다. 직무능력표준을 설정하고 훈련과정의 질을 관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교육과정 또한 세분화 되고 소수정예로 진행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업교육훈련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지역별, 산업별 주도로 일자리 수요를 파악해 인력을 훈련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훈련기관에 대한 일원화된 심사평가체계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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