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무너지고 실적 경고 잇따라…사모펀드 보유 기업들 부진 두드러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유럽 기업공개(IPO) 시장이 '내실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판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록은 최근 글로벌 은행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럽 IPO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은 상장 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상반기 유럽에서 단행된 104건의 IPO 중 3분의 1이 넘는 38건에서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의류업체 팻 페이스를 포함해 올해 상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기업들도 20곳에 이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상반기에 유럽에서 상장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337억유로(약 46조6148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7년 이후 기업들이 조달한 연간 자금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다. 유럽 IPO 시장 호황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모펀드들이다. 블랙록은 그러나 상장 후 성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 중에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영국계 사모펀드 페르미라가 투자한 온라인 여행 업체 이드림즈 오디지오와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데이터 인증업체 애플러스 등이 있다. 올 들어 상장한 이들 기업들은 공모가가 무너진 것은 물론 실적 전망치가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경고를 받고 있다.블랙록의 이같은 비판은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와 애완동물 체인업체 펫츠앳홈, 테이크아웃 음식 업체 저스트잇 등과 같이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헤지펀드들은 이들 기업의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블랙록은 유럽 기업들의 상장 과정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필요한 투자자들과 기업들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블랙록은 "상장 후 1~2분기가 지나도 애초에 세운 비즈니스 목표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전망치를 과도하게 잡았거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블랙록이 유럽 IPO 시장에 대한 쓴소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블랙록은 은행들의 상장 주관 수수료 체계에 문제가 있으며 이들이 영업 목적을 위해 비현실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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