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미스터리’, 황당한 흥미로움의 역설

‘세월호 눈물’ 가리는 소재로 활용…‘구조 실패’ 문제의 본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유병언 일가는 누구인가. 세월호 참사 100일을 넘긴 시점에 한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시스템 부재의 대한민국 민낯을 드러냈다. 세월호가 왜 침몰하게 됐는지, 침몰한 이후에 어떻게 단 한 명의 추가 생존자를 내놓지 못했는지가 살펴봐야 할 큰 줄기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선사의 과실 문제가 수사의 초점이 돼버렸다. ‘구조의 실패’는 조용히 관심의 초점에서 빗겨나 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황당하면서도 어이없고, 심지어 미스터리한 유병언 일가 추적 드라마였다. 검찰과 경찰이 쏟아내는 ‘검거 뉴스’는 한동안 언론을 장식했다. 싫든 좋든 여론의 시선도 그 부분을 향해 눈을 돌렸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검거되면 의혹이 풀릴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유병언 부검결과를 발표하는 국과수 서중석 원장

하지만 근원적인 물음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 전 회장이 검거되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 풀릴까. 정말 그렇게 될까.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러한 기대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유 전 회장은 6월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대로라면 변사체의 주인공은 유 전 회장이다. 온갖 과학적 기법이 다 동원됐지만 사망의 원인과 시점은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당국에 검거돼 세월호 참사의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보였던 유 전 회장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됐다. 여전히 유 전 회장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정부 당국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프랑스 어느 한적한 농원에서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을지 모른다는 ‘소설 같은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국과수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펄쩍 뛰겠지만 여전히 그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검찰과 경찰, 법무부까지 ‘수장의 경질’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도는 시점에 기적적으로(?) 유 전 회장 장남 대균(44)씨가 검거됐다. 검찰이 유대균씨를 향해 자수를 하면 불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회유의 메시지를 전했을 때 경찰은 은밀하게 검거작전을 펼쳐 그를 붙잡았다.

25일 검거된 유대균과 박수정 (사진: MBN 뉴스 캡처)

검찰은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고, 경찰은 모처럼 한 건을 올리게 됐다. 유대균씨가 그동안 어떻게 도피행각을 벌였는지, 누가 그를 도왔는지 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 유대균씨 곁에 있었던 ‘호위무사’ 박수경씨의 미모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다시 문제의 근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유대균씨와 박수경씨의 관계는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를 사안은 될 수 있어도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유병언 일가는 누구인가. 정말 유병언 일가만 잡으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은 풀릴 수 있나. 근원으로 돌아가면 답답한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전남 진도 앞바다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명이 가라앉아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문을 풀어줄 것처럼 보였던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눈물의 행진’을 통해 국회에 호소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이 이어져도 ‘세월호 특별법’ 통과는 기약이 없다.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유대균씨가 미모의 호위무사와 함께 갑작스럽게 검거돼 여론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그것은 문제의 본질로 보기 어렵다.
4월16일 단원고 학생들이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 의문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고 있다. 답답한 현실을 대신해 여론의 시선을 모은 것은 흥미로운 사안들이다. 유 전 회장이라는 변사체의 숨진 시점이 5월25일 이후가 아니라 주민 증언처럼 4월은 아닌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유대균씨와 박수경씨는 사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이처럼 ‘유병언 미스터리’는 흥미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그것이 ‘세월호 눈물’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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