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이동통신3사가 팬택 1800억원 매출채권 상환유예안 수용을 공식화한다. 긴박했던 팬택 사태는 해결 쪽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위기가 유예된 기간 동안 팬택이 어떤 자구노력을 펼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24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팬택 채권 상환을 2년 유예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의 휴대전화 도매·유통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15일 팬택이 제안한 이통3사의 1800억원 규모 매출채권의 2년 상환유예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통3사는 SK네트웍스 이사회의 의결이 끝난 후 팬택 채권 상환유예 수용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간 채권단이 이통사들에 요구한 출자전환안은 출자전환 후 주요주주로서 갖게 되는 추가 지원 등에 대한 부담감이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이통사가 침묵하면서 채권단이 움직이지 않아 팬택이 법정관리(기업회생작업)를 신청하게 되면 이통사들의 채권 회수율은 10%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환유예안을 받아들이면 채권자로 계속 남을 수 있다. 8만명에 달하는 팬택과 관계사를 외면했다는 부담감 역시 덜어내면서 국내 휴대전화 제조3사의 균형을 유지해 협상력 감소 우려도 줄일 수 있게 된다.채권단은 이통사들의 상환유예 결정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 회생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이뤄진 팬택 정상화 방안 채택 결의가 이통사들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출자전환을 상환유예로 바꾼 수정안에 대한 각 채권은행의 동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은행들 입장에서도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상 이통사들이 마음을 돌려 팬택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당장 현금이 들어올 곳이 없어 법정관리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채권은행들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보다는 시간을 버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팬택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할 벽이 많다. 시간이 촉박하다. 당장 25일 팬택 협력업체들에 지급할 280억원 상거래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이통3사가 지난달부터 중단한 팬택 단말기 구매를 재개해야한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채권단의 워크아웃 지속을 전제로 구매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25일 팬택이 상거래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상당수 협력업체가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 홍진표 팬택 협력사협의회 대표는 "현재 협력사 직원 70~80% 무급휴직 중"이라며 "빨리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팬택의 70~80% 협력사가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다"고 호소했다.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이 시행되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팬택은 일단 한시름 놓게 된다. 그러나 이통사 채권의 2년 상환유예는 결국 2년 후로 위기를 늦췄을 뿐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다. 상황이 원활히 진행돼 채권단의 워크아웃이 재가동된다 해도 이후 더욱 강도 높은 팬택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전략의 차별화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향후 국내시장에서의 전략 차별화를 통해 일정한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완전히 다른 제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현재 내수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라 품질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제품들과 겨룰 수 있는 보급형 제품들을 개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어떤 전략 차별화일지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작은 삼성'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통신사별 소비자 특성에 맞춘 특화 제품을 내놓겠다든지 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설득력 있는 계획을 시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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