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확보한 ‘비밀장부’, 의문의 기호 있다

금품 제공 관련 이름과 금액 깨알같이 적어, ABCD 등 영문 알파벳 의미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숨진 강서구 재력가 송모(67)씨가 금전출납 내용을 적은 ‘비밀장부’에는 A, B, C, D 등 영문 알파벳으로 된 의문의 기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18일 서울남부지검이 확보한 송씨의 뇌물제공 의혹이 담긴 ‘매일기록부’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자세한 내용이나 실명 등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어떤 형식으로 기록됐는지를 알리는 차원에서 장부의 겉모양 등을 공개됐다. 송씨의 장부는 한 페이지 위부터 아래까지 31줄에 한 달의 금전출납 내용을 기록했다. 가장 왼쪽에는 날짜, 두 번째 칸은 금액과 출납 항목, 세 번째 칸은 그날 출납 금액의 총합, 마지막은 비고란으로 계좌번호 등 송씨가 적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가로로 한 줄에 하루의 모든 금전출납을 자필로 깨알같이 적었다. 특히 두 번째 칸에는 돈을 준 대상자로 보이는 이름 위에 금액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송씨의 장부는 한 페이지에 한 달, 12페이지(6장)에 1년의 금전출납 내용을 담았다.
장부 1권에 수년간의 금전출납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깨알같이 정리해놓았다. 장부 곳곳에는 송씨의 추가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또 장부는 옆면이 뜯어져 나간 상태로 호치키스로 다시 정리한 흔적이 있었다. 누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호치키스 흔적이 최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장부 마지막 부분에는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이름과 그 동안의 제공 내역을 정리한 자료도 있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장부에는 A, B, C, D 등 영문 알파벳으로 된 의문이 기호가 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문 기호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어떤 특정한 패턴으로 적어 놓은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경찰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부 원본의 사본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장부는 수정액 등으로 곳곳의 이름과 금액 등이 지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에 장부 감식을 의뢰한 뒤 지워진 내용을 확인할 방침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송씨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검찰청 소속의 정모 검사를 소환하지는 않았지만, 접촉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검사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검찰은 필요하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통상적으로 수사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씨의 장부에 정 검사 이외에 현직 검사나 검찰 수사관 등의 이름이 들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는 것은 수사의 초기 단계라 곤란한 점이 있다”면서 “오늘 장부의 일부를 공개한 것도 투명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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