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서기자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예상을 깬다. '용서받지 못한 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의 전작에서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묵직하게 담아냈던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군도'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도 진지한 인상을 남기는 데 한 몫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가볍고 유쾌하다. 굳이 장르를 가리자면 '조선시대표 웨스턴 무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성영화에 나올 법한 변사의 나레이션은 B급 정서마저 드러낸다. "최근에 모든 사람들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인데, 이런 것을 치유해주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이 뒤늦게 생각난다. 예상을 깨는 부분은 더 있다. 배우 하정우(36)와 강동원(33)의 모습이다. 그 동안 선 굵은 마초 역할을 많이 했던 하정우는 '군도'에서 순박하고 지능도 다소 떨어지는 '돌무치'를 연기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귀여움과 천진난만함이 포인트"인 역할이다. 결국 '돌무치'가 우여곡절 끝에 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이다. '돌무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역할이 바로 강동원이 맡은 '조윤'이다. '조윤'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대지주로, 악랄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다. 군 복무로 2년간의 공백 끝에 악역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강동원은 "그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라고 되묻는다. (두 배우의 인터뷰는 15·16일 따로 진행됐다.)강동원
관찰하는 배우 vs 배수의 진을 치는 배우하정우가 연기를 잘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라면, 강동원은 연기를 잘 하기 위해 연기만 파는 배우다. 하정우는 자신의 전시회를 열 정도로 그림 솜씨가 뛰어나고, '롤러코스터'에 이어 '허삼관 매혈기'로 연출에도 도전하고 있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습관도 작품 해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내가 어떤 태도와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가 정말 무섭게 영화 작업에도 반영이 된다"고 한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 그림과 연출을 하는 부분도 있고, 연출이나 연기로 다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그림으로 표출하는 부분도 있다. 또 연기를 하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감독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이게 유기적으로 관련이 있다. 하지만 궁극의 목표는 감독이든, 배우든, 어떤 식으로든 영화를 계속 하는 것이다." (하정우)지난 2년의 공백 기간 동안 다시 현장에 나가고 싶은 갈증에 시달렸다는 강동원의 목표는 "최고의 배우"다. "상업적으로든 연기적으로든, 혹은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모든 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그는 '연기'만을 바라본다. TV 예능 출연도 연기자로서 자신의 모습에 선입견을 끼칠까봐 꺼린다. 그에게 늘 따라다니는 '꽃미남 배우'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 수식어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못 뛰어넘으면 그게 나의 한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못 뛰어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연기가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다른 일을 벌이지 않는다. 나는 배우로서 배수의 진을 치고 산다." (강동원)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사진= 윤동주 기자, 백소아 기자 doso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