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신 국산화 외면한 결핵 후진국

결핵은 후진국 병으로 불린다. 의술의 발달로 예방과 치료가 쉬워졌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결핵 환자는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일본의 4.5배, OECD 평균의 8배 수준이다. 올해 부산대와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지난해엔 대구와 광주의 고교 등에서 발병자가 나오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집단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2011년 '결핵조기 퇴치 뉴 2020플랜'을 만들어 2020년까지 결핵환자를 인구 10만명당 50명으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해마다 한두 차례씩 집단 발병 사태가 발생하는 등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예방과 치료 등 당국의 관리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시설을 갖추고도 결핵백신을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수년째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1년 22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산 결핵백신 생산사업을 시작해 그해 4월 전남 화순 녹십자 공장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그러나 생산기술과 생산용 종균을 제공하기로 한 덴마크 SSI사와의 이견으로 흐지부지됐다. 대안으로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균주도 백신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균주를 확보하지 못해 국산 결핵백신을 여태껏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신경은 그뿐 아니다. 정부는 국산 결핵백신 생산과 관련한 결핵협회의 예산집행이 부진하자 13억8000만원은 지자체 보조사업비용으로 전용하는 등 예산을 모두 거둬들였다. 현재의 발병 상황을 보면 앞으로 상당기간 결핵백신 접종은 필요하다. 사업계획을 재검토해 백신 국산화를 계속 추진해야 할 터인데 균주 확보에 실패하자 지레 사업을 포기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결핵은 일찍 발견해 6개월가량 꾸준히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질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정부 목표가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대책의 초점을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쪽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은 긴요한 예방 수단이다. 사업계획을 다시 세워 백신 국산화를 달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의료 기술을 자랑한다는 대한민국이 결핵 발병 세계 1위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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