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농지법 위반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님께.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청문회를 앞둔 최양희 내정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군요. 오늘 아침 일찍 미래부 기자실에 도착해 기사 모니터링을 하던 중 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 내정자에 대한 투기의혹과 관련 법(농지법) 위반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 내정자 측이 영농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한 토지를 직접 확인한 결과 잔디가 자라있는 정원 한 가운데에 고추 모종 12그루를 급조해 심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찍은 사진까지 공개했죠.우 의원은 이어 "최 내정자와 배우자가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백자리 별장 부지를 2004년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매입했고 이후 전원주택지로 각광받으면서 땅값이 표준공시지가 기준 최근 10년 동안 약 300% 상승했다"고 지적했더군요. 이에 대해 최 내정자께서는 "내정자는 농지법에 의거해 2004년과 2005년에 여주시 산북면장으로부터 '농지취득 자격 증명'을 발급받아 주말 체험 영농 목적으로 주택과 2개 필지를 구입했으며 현재 해당 토지에 채소 등을 재배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두 가지 사실에서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최 내정자께서 고추를 가꾸고 있는 '여주시 산북면 백자리'라는 장소였습니다. 두 번째는 고추가 심어져 있는 고추밭의 모습이었습니다. 2004년도에 최 후보자께서는 산북면 백자리에 전원 주택지를 구입했다고 하니 10년 전 일이군요. 저는 2000년 여주시 산북면 송현리로 내려갔습니다. 도시의 삶에 지쳐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간 것이죠. 최 내정자의 전원주택이 있는 백자리와 제가 살고 있는 송현리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입니다. 최 내정자와 저는 같은 '산북면민'이 되겠군요. 여주시 산북면은 살기 참 좋습니다. 물론 최 내정자께서도 잘 아시죠? 동쪽과 서쪽으로 양자산이 길게 뻗어 있죠. 실개천이 옅은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곳이 산북면이지 않습니까? 직접 백자리에서 생활을 하셨다면 산북면의 운치를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4대강 개발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최 내정자의 밭에서 자라는 고추밭을 보고 놀랐습니다. 고추농사는 그렇게 짓는 게 아닙니다. 고추농사는 손이 아주 많이 가는 작물입니다. 최 내정자가 2004년, 제가 2000년에 같은 지역에 터를 잡았으니 전원생활에서는 제가 조금 더 알고 있는 것 같아 고추농사 짓는 '팁'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잔디밭에 심어져 있는 최양희 내정자의 고추밭.[사진제공=우상호 의원실]
우선 고추는 잔디밭에 심는 게 아닙니다. 고추를 심기 전에 밭에 거름을 내고 한참 동안 묵혀 두었다가 땅을 갈아엎습니다. 토양과 거름이 잘 섞이게 하기 위한 것이죠. 땅을 골고루 골고루 잘 간 뒤에 검은 비닐을 씌웁니다. 햇볕도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잡초가 우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죠. 이어 고추모종을 구입해 하나하나씩 심어야 합니다. 참 많은 손길이 필요합니다.그렇게 한 이후에도 잔 손길은 더 들어갑니다. 지주 대를 세우고 고추가 모진 바람과 강한 폭우에도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일일이 줄을 이용해 묶어 줘야 합니다. 그뿐입니까?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직접 물을 줘야 하고 고추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밑에 있는 잎을 따줘야 하는 번거로움도 많습니다. 최 내정자님의 고추밭을 보니 안타깝고 보기에 민망하기 까지 합니다. 10년 동안 그곳에서 전원 주택지를 구입해 생활하셨다면 어느 정도 알 법도 한데 여전히 고추재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제가 기르고 있는 고추밭을 보여드릴게요. 저 또한 10년 넘게 전원주택의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부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래도 최 내정자님의 고추밭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고추를 기를 때 는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추 하나를 재배하는 것도 이렇게 정성이 필요합니다. 모든 농사라는 게 그렇습니다. 작물은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잦은 손길과 정성이 없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게 농사입니다. 그만큼 손길과 정성이 가면 정확하게 열매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게 또한 농사이지요. '내가 주는 정성만큼 작물도 나에게 열매를 준다'. 이게 농사의 가장 기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할 때 열매를 맺지 않겠습니까. 고추밭 하나 일군 것 가지고 뭔 말이 그렇게 많으냐 싶으시겠지만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과학은 긴 시간동안 최선과 정성을 다할 때 큰 결실로 이어지는 분야입니다. 짧은 시간에 눈에 띄게 번쩍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잔디밭에 고추를 심는 '거친 자세'로는 절대 과학 분야를 이끌어갈 수 없을 겁니다. 대충대충 했다가는 과학발전은커녕 과학계가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최 내정자님! 고추밭은 최소한 이정도는 돼야 합니다."
최 내정자님!청문회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청문회 끝나면 같은 면민으로서 주말에 막걸리와 최 내정자님께서 직접 기르신 고추를 안주삼아 한 잔 하시죠? 큰 나무의 그늘을 천막 삼고 푸른 잔디밭을 식탁삼아. 한 가지 걱정이 앞섭니다. 최 내정자님 잔디밭에 심어져 있는 고추밭에서 고추가 열릴지 모르겠습니다. 제 자리를 잡지 못한 고추가 시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조금 있으면 불어 닥칠 장마와 비바람에 견뎌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고추가 열리지 않으면 막걸리만 사서 오십시오. 제가 가꾼 고추밭에서 싱싱한 것을 따다 드리겠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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