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의 구조조정 배경, 삼성의 전쟁-시리즈<中>
{전자계열사, 그룹 매출 중 68%…금융·중공업 부문부터 몸집 줄이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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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 삼성그룹이 바뀌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위기에 선제 대응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뒤 18년만이다. 전 계열사에 걸쳐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까지 포함한 사업 재편에 나선 배경은 지배구조나 승계 문제보다는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삼성전자 빼면 적자계열사 수두룩= 2010년 5%에 달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1년 4%대로 낮아진 뒤 2012년부터는 3% 이하를 맴돌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역시 장기간 저성장 기조에 시달릴 수 있는 경영환경에 직면했다. 스마트폰 실적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체 그룹 실적도 착시 현상이 있었지만, 최근 스마트폰 실적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는 지난해 총 매출 333조9000억원(본사매출 합계 기준), 순이익은 2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공정위가 집계한 지난해 삼성전자의 개별 매출은 158조3720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은 228조원이다. 기준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 수익의 3분의 2 가량을 삼성전자가 올리는 것이다.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계열사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68%, 영업이익은 88% 가량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ITㆍ모바일(IM) 사업부문이 매출과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M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39조원, 영업이익은 25조원에 달했다. 삼성 계열사들의 그룹 내 의존도를 고려할 경우 나머지 계열사들의 실적은 더욱 처참하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지난해 국내 전체 매출 2조9000억원 중 1조3000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계열사를 통해 올린 내부매출거래 비중이 45% 수준이다. IT서비스기업인 삼성SDS(내부거래율 70% 육박), 삼성생명ㆍ화재ㆍ증권ㆍ카드 등 금융계열사 역시 법인시장 매출을 제외하면 실적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금융계열사의 경우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와는 달리 해외진출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인 환경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룹 내 매출에 기대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삼성그룹은 모래성에 가깝다"면서 "국내 기업 중 삼성이 제일 잘 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허상에 가까워 삼성전자 실적이 나빠질 경우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체력 키워야 삼성그룹도 산다= 삼성그룹은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삼성그룹의 위기론은 스마트폰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제품으로 재편되면서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 한 마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팔릴 만큼 팔렸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손 댄 계열사는 금융계열사와 중공업ㆍ플랜트 부문이다. 희망퇴직 신청을 수시로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정도로 규모를 줄이지는 못했다. 올해, 내년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는 없는 만큼, 신사업이나 타 계열사로 전배를 보내기도 한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삼성SDS, 배터리 등 소재전문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삼성SDI, 신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관련 계열사 등 다양한 곳으로 인력이동이 있을 전망이다. 금융계열사의 영업인력은 갈수록 줄일 전망이다. IT환경이 발전하면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 대신 자산운용이나 해외마케팅 등 전문 금융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사업재편을 놓고 후계 구도에 맞춰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오히려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크다"며 "우선은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계열사별 신사업을 새롭게 정의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재까지의 전략"이라고 전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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