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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26인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 하나가 열렸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한류 스타의 공연과 함께 엄선해 고른 중소기업들의 히트상품 30개를 현지인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1만5000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룬 이 행사에서 우리 '국가대표'로 나선 강소기업들은 해외 명품브랜드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밸룩의 바늘 없는 시계, 마이카누의 접었다 펼칠 수 있는 카누, 지티에스글로벌의 여성 수제화 등이 대표적이었다. 김형준 중진공 과장은 "처음 보는 우리 제품에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열광적 관심을 보였다"며 "우리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대한민국 중기 대표들도 주목받고 있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해외 명품들과 동등하게 경쟁한다는 점과 후발주자로 출발했으면서도 세계 1위 상품들을 여럿 탄생시켰다는 점이 8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신화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 국가대표팀을 떠올리게 한다. 아시아경제 26주년을 맞아 세계에서 뛰고 있는 26개사의 국가대표 강소기업을 소개한다. ◆작아도 최초ㆍ유일하면 뜬다 =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선수인 리오넬 메시는 키가 169㎝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인 '발롱도르'를 처음으로 4회 연속 수상한 선수다. 우리 기업 중에서도 매출은 작지만 '최초'를 노려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있다. 지난 해 매출이 160억원에 불과한 롤팩은 음식물을 끼우고 버튼을 누르면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 진공 포장이 되는 '에어채널 필름 성형 공법'과 0.074㎜두께에 7겹 필름을 압축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 분야에서는 일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매출 110억원의 에어비타는 세계 최초로 필터를 물로 씻을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선보이며 독일을 비롯한 세계 26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부강샘스는 '침구청소기'라는 가전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어내 수출시장 석권은 물론 삼성전자ㆍLG전자 등의 대기업마저 이 시장에 뛰어들도록 이끌었다.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DVR) 전문 기업 아이디스도 '최초' 타이틀을 많이 가진 기업이다. 감시카메라(CCTV) 기술을 기존 아날로그에서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했으며, 세계 최초로 DVR 부문 전 라인업을 구축하는 한편 유해인증도 세계 최초로 받았다. ◆한 우물 파다 보면 길이 보인다 = 미국 언론들은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우승 확률을 0.3%로 꼽았고, 영국 매체는 우승 가능성을 32개 팀 중에 26번째로 예측했다. 그만큼 1위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산업계로 눈을 돌려보면 세계 1위란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건설ㆍ설계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다. 2000년 이후 건설된 국내 건물의 95%는 이 회사의 SW가 적용되고 있으며 높은 복지 수준으로 '한국의 구글'이라 불리기도 한다. 워런 버핏이 투자의사를 밝혀 화제가 된 와이지원 역시 절삭공구(엔드밀)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웰크론은 극세사 클리너 부문에서 세계 1위다. 국내에서는 냄비업체로 더 잘 알려진 네오플램은 세계 항균도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틈새시장에서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하고 한 우물을 판 기업이다. 한우물 기업 중에는 1위는 아니라도 세계 4강 진출이 거뜬한 기업들도 많다. 대모엔지니어링은 굴착기 부품 앞에 붙이는 '어태치먼트' 하나로 국내와 인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60개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54개국에 비데를 수출하는 삼홍테크는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달린다.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 판매에서 세계 4위에 오른 서울반도체는 LED 매출 증대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루트로닉은 피부미용 레이저기기 부문에서 꾸준히 한 우물을 판 덕에 국내 1위ㆍ아시아 2위ㆍ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파VS국내파, 각각의 장점을 살펴라 = 우리 국가대표 23인 중 17명은 유럽 등지에서 활약하는 '해외파'다. 하지만 국내리그 출신인 '국내파'들도 무시해선 안 된다. 기업들도 해외에서 더 잘 나가는 해외파와 국내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한 국내파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캡슐형 내시경 전문업체인 인트로메딕은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 8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밀폐용기 전문기업 락앤락은 국내에서도 매출 비중이 높지만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수출향, 특히 중국향 기업이다. 보일러 전문기업 경동나비엔도 매출의 35%가 미국ㆍ러시아에서 일어나며, 향후 수출 비중을 더욱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는 기업도 있다. 로만손은 전체 시계 수출의 55%가 해외에서 발생해 해외파 기업으로 보이지만 패션잡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수 비중이 더 높다. 국내 2위 밥솥업체인 리홈쿠첸은 1위 기업과 경쟁하며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1위 백신 업체인 녹십자는 올해 수출액만 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며, 상위권 제약업체인 대웅제약과 보령제약은 각각 신약 나보타와 카나브로 태국과 중남미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국내 1위 제대혈 업체인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해외 수출했다. ◆中企만 진출하나, 벤처도 있다 = 국가대표도 처음부터 국가대표는 아니었다. 박주영, 구자철 등은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이젠 어엿한 국가대표팀의 대들보다. 기업으로 비유하면 벤처기업이 성장해 중소ㆍ중견ㆍ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식이다. 모바일 게임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파이브락스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 이어 지난달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최대 모바일 광고 트래킹 기업인 해스오퍼스와 손을 잡았다. '세계 3대 해커' 홍민표 대표가 세운 에스이웍스는 '메두사'라는 모바일 보안서비스로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했으며, '솜노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잘 알려진 위자드웍스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통신사 KDDI의 앱마켓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비트윈'을 만든 VCNC는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 일본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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