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에릭 캔터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51ㆍ사진)의 예비경선 탈락이 미국의 정치권과 금융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에릭 캔터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캔터 원내대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당내 지역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무명의 데이비드 브렛 후보에게 완패했다. 8선에 도전했던 캔터 원내대표는 미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의 2인자다. 중간선거 이후엔 원내 1인자인 차기 하원의장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전국적인 거물이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여당의 원내대표가 무명 후보에게 예비경선에서 떨어진 것은 사상초유의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대서특필했다. 더구나 캔터 원내대표에 불의의 일격을 가한 상대후보가 보수운동세력인 '티파티'가 보낸 '자객'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티파티는 풀뿌리 형태의 극우 시민정치운동세력이다. 이들의 극우성향은 보수주의에 뿌리를 둔 공화당의 상당수 의원들에게조차 기피대상이 될 정도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캔터 원내대표는 티파티의 적극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캔터가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중도성향 및 소수 인종 유권자의 지지를 공화당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면서 티파티와 사이가 벌어졌다. 특히 캔터 원내대표가 1100만명 불법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자 티파티는 그를 낙선리스트의 맨 앞에 올렸다. 따라서 이번 이변의 승자는 티파티인 셈이다. 티파티는 지난해 정부폐쇄사태(셧다운)를 적극 지지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쇠퇴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지역경선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면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워싱턴 정가는 대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셧다운 사태 이후 정국을 주도하던 협상파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이제 티파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라서 워싱턴 정가에선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좁혀졌던 포괄적 이민법을 비롯해, 국가 부채 상한 협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 내 강경파의 득세로 향후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과 극한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안감은 이날 당장 뉴욕증시의 하락에도 일조했다. CNBC 등 경제전문매체들은 "캔터의 패배로 투자자들이 워싱턴의 앞날에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다우종합지수는 이날 세계은행의 경제성장 둔화 전망 등이 겹치며 0.6%나 하락했다. 금융중심지 월스트리트의 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태계인 캔터 원내대표는 월스트리트를 장악하고 있는 유태계 금융자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자연스럽게 공화당은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도 대표적인 친월스트리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예비경선 과정에서만 캔터는 540만달러(약 55억원)를 모금, 상대방 후보의 모금액(20만달러)을 압도했다. 금융가의 지원 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월스트리트가 하원에서 자기 사람을 잃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캔터를 적극 지원해왔던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출연, "캔터의 패배는 충격이고 실망 그 자체"라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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