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철의 날 환영받지 못한 손님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철강인들도 '관료'를 외면했다.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5회 철의 날'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행사에서 고위 관료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과거 철의 날 기념식이 열릴 때면 철강업계 관계자들이나 취재진들이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에게 몰렸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오히려 행사장 곳곳에서 만난 철강인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다. 최근 세월호 사태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관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진 점이 첫번째 이유다. 세월호 사태 수습 과정에서 관료들은 신뢰 받지 못한 존재가 됐다는 얘기다.동부인천스틸과 동부당진 발전 등 동부 자산 패키지 인수전과 동국제강 사옥 매각설 등 철강업계 구조조정과 관련돼 정부 안팎에서 무리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날 현장 분위기도 '냉랭'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간 정부에 순종적이던 철강업계 최고경영자들도 정부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현장에서 만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이날 금융권 일각에서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설이 나온 데 대해 "금융당국에서 자꾸 그런 얘기가 흘러 나오는 건 어려운 업체를 죽이는 것밖에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원하는 건 열심히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이고 우리가 (개선 작업을) 잘 하면 되는 것"이라며 "건물을 파니, 안 파니 그렇게 얘기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부 당국에 경고의 메세지를 보낸 셈이다. 장 회장의 쓴소리는 드러내놓고 그동안 정부 앞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온 철강업계의 공통된 의견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철강업계가 불편한 속내를 갖고 있는 점을 정부만 모르는 듯 하다. 정부가 업계 위에 군림하는 갑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으면 내년 철의 날 기념식에서도 냉담한 분위기가 재연될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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