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美 교도소…숨소리도 감지한다

자살 방지 센서, 인권 침해 위험성도 있어

▲영등포교도소.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Old Boy)'에서 주인공인 오대수.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고 있던' 그는 15년 동안 구체적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강제로 갇히는 신세가 된다. 처음엔 저항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알고자 하는데 모두 헛수고에 불과했다. 어떤 이들이든 강제로 신체가 구속되면 정신세계는 황폐해진다. 오대수가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것은 어쩌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지 않았을까. 이처럼 교도소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은 갇힌 공간과 폐쇄된 조직 사회에서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교도소 내에서의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 교소도소는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지역 교도소의 경우 전체 사망자의 35%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로 나타났다. 주 교도소의 경우 지역 교도소보다 비중은 낮은데 5.5%에 이른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도소에 특별한 센서를 설치했다고 뉴사이언티스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센서는 수감자들의 심장 박동은 물론 숨 쉬는 횟수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수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신호를 통해 교도소의 각 감방의 수감자 생체 신호를 파악해 이상 유무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느려진다거나 혹은 숨 쉬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교도관을 투입한다. 미 법무부에서 추진된 이번 센서는 교도관들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던 것에서 자동센서를 통해 수감자들의 생체 정보를 파악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 면에서도 합리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센서는 금속성이 아닌 모든 것을 통과하기 때문에 수감자가 담요를 덮고 있더라도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이번 자살방지 센서는 제너럴 일렉트릭(GE, General Electric)이 만들었다. 감방 안에 센서를 설치해 수감자의 생체 정보를 파악하는데 도플러 레이더(Doppler radar) 시스템을 이용했다. 도플러 레이더는 파동을 일으키는 물체와 관측자가 상대적으로 운동하고 있을 때와 멈추고 있을 때를 비교해 정보를 파악한다. 파동 주파수가 높게 또는 낮게 관측되는 현상인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물체(표적)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레이더이다. 이 자살방지 장치는 감방 안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경우 정확도가 86%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살 방지 센서가 美 교도소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잠재적 자살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등 방어적 차원에서 사용돼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GE는 이 시스템을 교도소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가능할 것으로 보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GE 측은 "신생아와 또는 나이 많은 노인들의 건강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곳에 이용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교도소와 달리 일반 가정에서의 상황은 복잡하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곧바로 적용 가능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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