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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보험회사들이 울상이다. 저금리 저성장의 악재 속에 수익성은 더욱 나빠졌고 올해도 경영실적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만난 한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도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경영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생명보험사들은 수입보험료 감소로 보험이익이 크게 축소됐고 손해보험사들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 등으로 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2013년 회계연도의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4.2% 감소할 정도로 심각하다.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선택한 것은 인력감축과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다. 생보사들은 올해 들어 업계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섰다. 인건비를 절감 등을 통해 저금리 저성장의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사별로 전체 직원수의 5~15% 정도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도 올 들어 자동차 보험료를 잇따라 인상했다. 매년 높아지고 있는 손해율과 순익 감소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화재가 올 3월 업무용과 영업용을 각각 3.8%, 14.5% 인상했고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를 10∼15% 올렸다. 중소형 손보사인 현대하이카다이렉트와 더케이손해보험은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했다. 나머지 손보사들도 자동차 보험료 인상 폭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다. 저금리 저성장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인력감축과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균형한 인력구조를 개선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직원들이 생겼고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에게는 비용부담이 커졌다.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준 것이다. 과연 보험사들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까. 보험사들이 경영악화라는 최대의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면서도 한편으로는 CEO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직원들과 고객에게 떠미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CEO들이 경영능력 보다 저금리 저성장이라는 외부환경의 요인이 보험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영능력이 탁월한 CEO라도 높은 실적을 내는 일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인력감축과 자동차 보험료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익성 개선과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보험사가 직원을 뽑고 운용하는 일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면 불균형한 인력구조 문제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의 상당수는 정년퇴직 때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업계의 과당경쟁을 줄여 불필요한 사업비 지출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을 개발하는데 더 힘썼다면 수익성에 심각한 위기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보험료 인상으로 고객들에게 비용부담을 더 주는 일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력감축과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라는 수익성 개선 대책 보다 더 중요한 일은 보험사들 스스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기업체질을 만들기 위한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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