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자식을 낳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을 쓰는 것이다.'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이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2세를 낳는 것은 사회가 유지되도록 구성원을 배출하는 일이겠다. 책을 쓰는 것은 인류의 지적ㆍ정서적인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노력이겠고. 10여년 전 친구한테서 이렇게 들었다. 이 말이 좋아 가끔 써먹었다. 내가 다니는 동호회에 신규 회원을 가입시키고 내 몫의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이 말을 빌려 표현한 적도 있다. 책을 써냈을 때는 둘째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부했다. 인상적인 구절을 그 문구가 인용된 전체 글 속에서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에코가 어디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 말을 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에코는 내가 이해한 것과 다른 측면에서 자녀와 책을 언급했다. 에코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녀를 남기는 것과 책을 남기는 것이다.' 에코는 책을 사회에 대한 의무라기보다는 죽음을 뛰어넘는 길로 여겼군. 에코는 또 책을 쓰는 자세를 들려줬다고 한다. 인터넷에 따르면 그는 "나는 성공을 위해 책을 쓰지 않는다"며 "다만 훗날 나의 책이 다른 연구자들을 위한 한 권의 참고문헌으로 영원히 살아남아 한 줄 인용되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으로 얻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나의 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소 도움을 받았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이 구절은 어디에서 인용된 것인가. 한 블로거는 에코의 패러디 산문집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이 구절이 실렸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어봤지만 이 구절을 찾지 못했다. 키워드를 바꿔가면서 구글을 돌려봤지만 원문은 나오지 않았다. 검색에 들인 시간이 전혀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에코는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엮인 책에서는 책과 죽음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책은 생명보험이며 불사(不死)를 위한 약간의 선금이다. 물론 그것은 앞으로 죽지 않는 것이 아니라 뒤로 죽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에코의 '자녀와 책' 문장은 국내에서 계속 인용되고 있다. 에코가 고마워하겠다. 누가 이 말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려주시면 내가 감사하겠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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