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윗선은 없고 검찰은 몰랐다?…“국정원장 직접 조사는 없었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예고편부터 본편까지 반전도 없고 감동도 없이 밋밋하게 정리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정원 윗선은 없으며, 검사들은 순진하게 국정원 말만 믿었으며, 국민은 검찰 수사팀 발표를 믿어달라는 내용이다. 검찰이 뻔한 결론을 내릴 것이란 언론 예고편은 적중했다. 검찰 수사발표에 반전 드라마는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오후 2시 서울고검 15층 회의실에서 간첩 증거위조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비밀요원 김모 과장과 국정원 협력자 등 2명 외에는 추가 구속 기소자는 없었다.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과 중국 주선양 총영사관 이모 영사는 불구속 기소됐다. 자살을 기도했던 국정원 권모 과장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물론 유우성씨 사건 공판에 관여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 2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월14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던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는 이렇게 사실상 막을 내렸다.
중국 대사관이 위조라고 밝혔던 검찰의 재판부 제출 문서 3건 중 핵심인 허룽시 공안국 명의 유우성씨 출입경기록(1번문서)은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순간까지 위조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결론이 내려졌다. 중국 측 회신이 오지 않았기에 위조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던 검찰이 위조된 중국 공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자살을 기도했던 국정원 협력자는 문서 위조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유서를 통해 알렸고 국정원 돈을 받고 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공소장에도 문서 위조에 4만 위안(한화 약 740만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원 돈이 들었다면 결제라인이 이를 모를 리 없고, 이번 사건은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정원 수뇌부 쪽에 보고를 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국정원 대공수사국 처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안을 정리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윤갑근 수사팀장은 “남재준 원장을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유우성씨 사건 공판 과정에 참여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들 역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담당 검사들과 국정원 직원 등 대공수사 파트너 사이의 휴대폰 통화 내역, 이메일 연락 내역에 대한 면밀한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담당 검사들을 소환해 진술을 듣는 선에서 정리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4일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해 “참으로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은 유우성씨 사건 공판에 관여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검찰 수뇌부 역시 증거조작에 검사가 개입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 공안부에 대공수사 절차, 관행, 제도 뿐 아니라 검사 및 수사관 자세와 의식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사팀은 오는 17일까지 공판 준비 등을 위해 유지한 뒤 이후에는 특별공판팀에 사건을 맡기기로 했다. 검찰 수사팀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된 셈이다. 검찰 수사팀은 사안을 정리했지만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여전히 남아 있다. 사안의 핵심이었던 국정원 윗선 개입 문제는 권모 과장 자살 기도 이후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고, 검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하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수사팀이 간첩 증거조작 혐의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고 모해증거위조 등을 적용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결국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서 사안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오늘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너무나 부실하다. 아니 부실한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 은폐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결과는 ‘검찰이 아니라 별개의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증거조작과 간첩사건조작을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몸통은 외면하고 깃털만 건드린 수사라는 법조계 비판은 검찰 조직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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