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미국 의회가 베트남은 핵 농축·재처리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한국은 현재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핵물질의 농축·재처리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사전승인을 원하고 있는데 베트남이 선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미국 의회조사국(CRS)은 31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의 견해를 반영해 미국의 승인이 없이 베트남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의회조사국은 이날 발간한 '미·베트남 원자력협정 이슈' 보고서에서 미국 행정부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 "지난해 12월 미국과 베트남 정부가 서명한 원자력협정(일명 '123 협정')은 베트남이 핵연료 공급을 국제시장에 의존하겠다는 주석(side note)이 들어있다"면서 "이는 베트남이 농축과 재처리를 통해 자체 연료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의회조사국은 "미국은 베트남에 핵연료를 공급하겠다는 확약을 했다"고 설명했다.의회조사국은 "'123' 협정 문구로만 보면 베트남이 명백히 농축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미국도 농축활동에 대해 사전승인을 하지 않았다는 게 행정부의 입장"이라면서 "그 결과 베트남은 미국 정부의 특정한 승인 없이 미국이 제공한 핵연료를 농축 또는 재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베트남 원자력협정을 승인했지만 협정 본문에 베트남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금지 조항(골드스탠더드)이 빠져있어 농축·재처리 허용 여부를 놓고 한국이 불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다의회조사국은 베트남 사례를 한국이 미국과 벌이고 있는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비교하며 "새로운 원자력협정을 둘러싼 한국과 베트남의 논란은 다르다"면서 "한국은 농축활동에 대해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있으나 베트남은 이를 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의회조사국은 지난 14일 발간한 '원자력 에너지:의회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미국의 사전승인을 원자력협정에 포함시키고 싶어하지만 미국은 이것이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른 이슈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의 일부 핵비확산론자들은 '골드스탠더드'를 모든 원자력협정에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면서 " 이들은 어떤 경제적?외교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핵확산 방지를 위해 농축재처리의 전파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우리나라의 원전산업의 수준과 양국관계를 감안해 선진국적이고 호혜적으로 협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한국은 23기의 원자로를 가동중이며 아랍에미리트에 자체 설계한 원전을 수출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중일 만큼 원전 산업이 발전했다. 의회조사국은 한국이 베트남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베트남 원자력 협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수출하려는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설계 면허권을 갖고 있어 한국이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수출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지난 2011년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며 전체 수출대금 20조원의 10%를 웨스팅하우스 등이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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