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칼럼]'안철수 효과'의 한계

야권 통합 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작업이 막바지다.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는 경기, 대전, 광주, 인천, 부산시에 이어 어제 서울시당을 창당했다. 오늘 제주도당을 마지막으로 1단계 시ㆍ도당 창당 작업을 끝낸다. 26일엔 중앙당 창당 대회를 연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으로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다음 날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합당 수임기구에서 각각 합당을 의결하는 것으로 통합절차를 마무리한다.  창당이 코앞인 시점이라면 통합 신당 지지율은 축제 분위기 속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야 마땅할 것이다. 야권이 하나로, 그것도 '새정치' 포장 아래 합치는 것이니 그 시너지 효과가 오죽 크겠는가. 하지만 웬일인지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되레 내리막이다. 통합 선언 직후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며 환호작약하던 기세가 쏙 들어갔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3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8%다. 통합 선언 직후인 3월 첫째 주 조사 때 31%에서 지난주 30%로 떨어지더니 다시 2%포인트나 하락하며 20%대로 내려앉았다. 선언 직전 양측 지지율 합계가 33%(민주당 15%ㆍ안 의원 측 신당 18%)였던 것에 비하면 여간 큰 차이가 아니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이 39%, 41%, 42%로 상승세인 것과도 대비된다.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불협화음이 원인이다. 선언 이후 양측은 '당 대 당 통합'이냐 '민주당으로의 흡수 통합'이냐를 놓고 기싸움으로 일주일을 허비했다. 심각한 노선 충돌도 있었다. 안 의원 측이 6ㆍ15 및 10ㆍ4선언, 5ㆍ18 민주화 운동 등을 제외한 정강ㆍ정책을 제안해 민주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봉합은 했지만 역사인식 논란, 복지 및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우클릭 논쟁 등으로 통합의 빛이 상당 부분 바랬다. 악재는 또 있다.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국정자문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문재인 의원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아름다운 단일화'가 실패한 것은 문 의원 캠프가 안 의원 캠프의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위야 어떻든 이 역시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세력 다툼으로 비쳐졌다. 실망한 지지층이 등을 돌릴 밖에. 두루 사정을 보면 '안철수 효과'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상태였다. 통합 신당의 지지도가 오르려면 안철수 새정치가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게 영 아닌 것이다. '안철수 효과'의 확장성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독자 창당한다더니, 야권 연대는 없다더니, '기초선거 무공천' 하나를 명분으로 민주당과 '통합 새정치'를 선언했다. 잇단 말 뒤집기에 새정치는 탈색했고, 민주당과 합치는 데 불만을 가진 무당파 중도층이 일부 돌아섰다. '6ㆍ15 및 10ㆍ4선언, 5ㆍ18 민주화 운동 제외' 등 역사인식 논란도 그렇다. 안 의원은 "저의 역사 인식은 확고하다" "(논란에 대해)동지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일부 강경파는 물론 호남 지역, 진보 진영의 눈길은 싸늘했다. 안 의원의 애매한 태도에 통합 신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지역 확장에도, 이념 확장에도 실패한 셈이 돼버렸다.  특히 "실무진의 착오였지 제 생각이 아니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냈다.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 지지자들에게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겼다. 안 의원은 어제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통합 신당 창당은 낡은 정치의 종말이고 미래로 가는 새 체제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공허한 수사로 들린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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