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이 2년2개월 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재돌입하면서 앞으로의 움직임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이 고강도의 사업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지난해 한 차례 사업부 몸집 줄이기에 나섰던 팬택으로서는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간의 부진을 털어낼 만큼의 실적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외부자금 유치 등 다음 단계를 논할 수 있어서다. 팬택은 25일 "재무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중장기적 생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취약한 재무구조 속에서는 근본적인 경쟁력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해 '선제적인 워크아웃'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지난 20일 채권단은 팬택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에는 팬택이 밝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고강도의 사업구조 개선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을 거쳤던 팬택의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팬택은 지난해 9월 '팬택 신화'를 이끌었던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이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상대적으로 마케팅 비용 등이 많이 드는 해외시장으로의 새 스마트폰 출시를 사실상 접었다. 전 직원의 3분의 1인 800명에 대해 6개월 무급휴직도 실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2012년 3분기부터 6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로 취약해진 재무 상황을 눈에 띄게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팬택의 유동성 자산은 5651억원이며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36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2454억원. 회사 측은 4분기에는 직전분기(1930억원 적자) 대비 적자 폭을 대폭 줄였다고 밝혔으나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다.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 속에서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외부자금 유치에도 난항이 이어졌다. 팬택은 지난해 초 퀄컴으로부터 245억원, 같은 해 5월 삼성전자에서 530억원의 자본을 유치해 유동성을 보강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투자유치를 이뤄내지 못했다. 워크아웃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 후 채권단은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팬택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팬택의 자금난이 거론될 때마다 중국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았다. 현재 중국 및 중동계 자본 등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집 줄이기'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산업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고착화돼 세계 판매 3위권을 다투는 LG전자도 적자가 나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규모의 비용과 인력문제 등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곳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의 태도도 변수다. 지난 해 긴급 수혈을 했던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도 시장 포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서 팬택에 대한 투자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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