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중국이 미얀마와 원유ㆍ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믈라카해협 리스크'를 덜어내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원유와 천연가스의 80%를 믈라카해협을 통해 들여오는데, 이 해협을 미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믈라카해협을 지나는 동ㆍ남중국해의 석유 수송로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믈라카해협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그래서 중국 정부의 오랜 과제였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은 2003년 "믈라카 문제는 중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에서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원자재시장 전문 매체 플래츠에 따르면 미얀마 서부 해안지역과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을 연결하는 800㎞가 넘는 송유관 공사가 75% 진척됐고 오는 6월부터 원유를 수송할 예정이다. 파이프라인은 두 갈래로, 가스관은 지난해 7월부터 가동됐다. 두 파이프라인 건설 공사에는 25억달러가 투자된다. 린보치앙(林伯强) 샤먼(廈門)대학교 에너지경제연구센터 교수는 "중국 천연가스는 믈라카해협을 둘러싼 나라에서 수입된다"며 "파이프라인 덕분에 중국의 에너지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미얀마-중국 송유관은 미얀마의 차우퓨항에서 출발한다.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원유를 채운 탱커가 이 항구에 도착해 송유관에 원유를 주입하면 하루 44만배럴이 중국으로 수송된다. 미얀마-중국 송유관은 연간 2200만t의 원유를 운송해 중국 석유 수입량의 8%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믈라카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석유의 비율이 80%에서 72%로 낮아지는 것이다. 송유관과 가스관은 중국과 미얀마의 국유 에너지 대기업이 2009년에 함께 건설에 착수했다. 중국에서는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미얀마에서는 오일 앤드 가스 엔터프라이즈가 참여했다. 가스관은 연간 120억㎥의 천연가스를 수송한다. 이 파이프라인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인도의 ONGC 비데시, 미얀마오일가스, 한국가스공사 등의 합작법인이 소유한 쉐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한다. 이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 중 10억㎥는 미얀마에서 사용한다. 미얀마는 중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로 연간 15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프라인으로 믈라카해협 리스크는 다소 줄이게 됐지만, 미안마의 반(反)중국 정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전했다. 지난달 송유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미얀마 근로자와 중국 근로자의 충돌이 미얀마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을 더 악화시켰다. 경찰은 미얀마 근로자 20여명을 체포해 수사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말썽은 중국인들이 일으켰는데 그들은 한 명도 체포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 2년 동안 민주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면서 억눌렸던 반중국 정서가 분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관ㆍ송유관이 착공됐을 때에는 군부가 미얀마를 통치했고, 이 나라는 중국의 속국이나 다름없었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낳기도 했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은 피해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종종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양곤무역관이 전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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