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보름 만에 또다시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5일 부산 앞바다에서 유류공급선과 충돌한 화물선의 연료탱크에서 벙커C유 237㎘가 유출됐다.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 사고 때 유출된 원유(164㎘)보다 더 많은 양이다. 두 선박의 충돌은 너울성 파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경찰관 둘이 로프를 타고 화물선 선체 외부의 구멍 뚫린 곳에 접근해 기름을 뒤집어쓰며 파손부위를 봉합해 더 많은 유출을 막았다. 몸을 아끼지 않은 해경의 사고대응 작전은 가상했다. 그러나 그런 사후의 임기응변식 대응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최근들어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미비한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의 대규모 기름유출 사고 이후 각종 해양오염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거듭 일어난 것은 정부의 대책이 여전히 허술함을 말해준다. 그동안의 기름유출 사고를 보면 선박 충돌이나 하역시설에 문제가 발생해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 구체적 형태가 다양했다. 이번 부산 앞바다 사고는 묘박지(선박이 운항 전후에 머무는 해상 대기장소)에서 두 선박이 충돌한 것이다. 지난달의 여수 앞바다 사고는 유조선이 부두에 접안하다가 원유 하역설비를 들이받아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울산 앞바다에서는 유조선이 정유회사 부이(해상 원유이송 장치)로 원유를 옮기다가 이송관에서 균열이 발생하여 기름이 유출됐다. 이는 해상 기름유출 사고를 막으려면 그 직접적 원인이 되는 해상사고의 가능한 모든 형태에 대한 시나리오식 사전 대비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해상사고 유형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의 유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후 오염방제 대책 백 개를 세우기보다 사전 사고방지 대책 한 개를 제대로 세우는 게 낫다. 전국 항만별로 지형과 시설의 특징을 감안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해상사고 방지를 위해 더 필요한 예방책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부산 앞바다 사고는 묘박지에 대한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한편 기후상태에 따른 유류공급선 통제를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해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