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파이브 입주 상인 77명 강제 퇴거 또는 예정...장사 안 돼 임대료 못 내 109건 명도 소송 진행...상인들 '명도 소송 중단하고 생계 보장하라' 촉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가든파이브 조감도
"청계천에 그냥 있었으면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 서울시의 약속을 믿고 이주했다가 이제는 관리비ㆍ임대료도 못내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공사 이주용으로 조성된 가든파이브에 입주했던 상인들이 내쫓기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유동인구가 없어 장사가 되지 않자 임대료ㆍ관리비를 내지 못한 상인들이 속출하고 있고, 이들은 SH공사가 제기한 명도 소송에 져서 하나 둘 씩 가게를 비우고 있다. 8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연 가든파이브 상가 입주 상인 중 관리비ㆍ임대료를 장기 체납해 쫓겨났거나 쫓겨날 예정인 이가 77명에 달한다. 빚에 몰리다 못해 자진 퇴거한 상인 19명, 명도 소송까지 진행해 2심에서 진 후 강제 집행에 의해 내몰린 상인 30명 등 이미 49명이 점포를 잃고 쫓겨났다. 여기에 이미 2심까지 간 명도 소송에서 패해 강제 집행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상인도 28명이나 된다. 청계천에서 옮겨간 상인(350여명), 일반 분양(약 400여명) 등 700여명이 입주한 것을 감안하면 10%가 넘는 이들이 이같은 일을 당한 셈이다.복원 공사 전 청계천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A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A씨는 지난 4일 "일주일 안에 가게를 비우지 않으면 강제 집행에 들어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청계천 복원 공사라는 공공 사업에 협조하기 위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동대문 풍물시장을 거쳐 지난 2010년 문을 연 가든파이브에 입주했지만 3년 여가 흐른 지금 남은 것은 빚더미 뿐이다. 당시만 해도 온 국민들의 찬사를 받은 청계천 복원 이라는 공익 사업에 일조할 수 있고 배후 시설이 잘 갖춰진 깨끗한 새 상가에서 장사를 하게 돼 돈도 더 벌 수 있겠다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막상 입주해 보니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하루 종일 손님 한명 보기 힘들었다. 황학동 시절에 비해 수입이 형편없이 줄었다. 생활비는 커녕 매달 내는 관리비ㆍ임대료도 빚을 내야 겨우 낼 수 있었다. 현재는 관리비ㆍ임대료 장기 연체로 인해 SH공사로부터 가게를 비워달라는 독촉을 받고 있다. '원인제공자' 격인 서울시와 SH 공사가 초기 인테리어비를 점포당 1000여만원씩 대주고 관리비도 일부 지원을 해주고 상권활성화를 위해 이런 저런 대책을 만들어 시행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현재는 대기업 계열 백화점이 들어가 있는 상가 동만 장사가 그럭저럭 될 뿐이다. 영화관ㆍ아이스링크, 주말 문화 행사 등이 젊은 유동인구들을 끌어들이고 있긴 하지만, 백화점 상가만 덕을 볼 뿐 영세 상인들이 밀집한 상가 동은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A씨는 "내가 손님이라도 볼 것 많고 상품이 많은 백화점 쪽 상가를 찾지, 돈이 없어서 물건도 제대로 떼놓지 못해 썰렁한 우리 상가를 찾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시와 SH 공사의 상권활성화 약속만 믿고 자리를 지키면서 장사를 계속하느라 남는 것은 빚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H공사가 야금 야금 진행하고 있는 명도 소송을 즉시 중단하고 체납된 임대료를 탕감해주고 1년이나 3년 정도 안정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H공사도 할 말은 있다. 공공자금을 동원해 상인들에게 인테리어비ㆍ관리비를 점포당 1000여만원 이상 지원하고 각종 상권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할 도리는 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는 점을 호소하자 명도 소송에 이긴 후에도 1년여 이상 집행을 유보하는 등 봐줄 만큼 봐줬다는 입장이다.SH공사는 "상인들이 상권활성화 대책이 미흡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리비ㆍ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지만 법원 명도 소송에서 우리가 이겼듯이 그같은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유동인구도 그동안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상태로, 더 이상 봐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노동당 서울시당은 7일 성명을 내 "가든파이브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당초 '원치 않은 이주'를 강요받았던 청계천상인들이었고, 부실한 상인지원과 미활성화된 상권 탓에 관리비를 밀려가면서도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11일로 예정된 명도 집행을 중단하라. 그리고 대형테넌트 위주의 활성화 대책과 관련한 공개토론회를 진행하자. 이주상가로서 가든파이브의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상인들과 함께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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