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우편향' 한국사교재 채택 후폭풍 거세(종합)

[수원·파주=이영규 기자] 경기도 내 5개 고등학교가 교학사의 '우편향' 한국사 교과서를 교재로 채택하면서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교내에 나붙고, 일부 학교는 교과서 선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교학사 교과서 선정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수원 동우여자고등학교는 2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 6곳에 재학생 일동 명의로 붙였다. 이 대자보는 학교 측에 의해 10여분만에 철거되면서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동우여고 대자보는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철도 민영화사건 때도 대입준비라는 핑계로 저희는 '안녕하다'라는 대답을 했습니다"라며 "그러나 동우여자고등학교와 동원고등학교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은 저희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답을 하게 저희를 깨우쳐 줬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경기도내 450개 학교 중 조사된 436개 학교에서 단 5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는데, 그 중 2개 학교가 동우여고와 동원고라는 점에서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라며 "역사를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할 학교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라고 교과서 채택과정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대자보는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기술상 잘못된 점도 하나하나 짚었다. 대자보는 먼저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의 색인 목록에서 제외시켰습니다"라며 "특히 교과서 본문 중에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내용을 1줄로 적어놓은 것은 다른 출판사 교과서가 적게는 12줄에서 많게는 19줄까지 걸쳐 집필한 것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49쪽 우측 상단에 실린 위안부 사진에는 '현지 위안부와는 달리 조선인 위안부는 전선(戰線)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반박했다. 이어 "교과서를 집필할 때는 출처를 정확히 해야 하지만, 교학사 뒤 출처를 살펴보면 싸이월드와 디시 인사이드 등 웹사이트만 있고 정확한 출처가 없으며 역사적 날짜 등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오류들도 발견되고 있습니다"라고 적시했다. 대자보는 끝으로 "역사를 잊은 민중에게 미래는 없습니다"고 지적한 뒤 "지금 이 문구를 역사를 왜곡하는 집필진들에게 건네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아 정말 한탄스럽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도내 공립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교학사 교재를 채택한 파주 운정고등학교는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재선정하기로 했다. 운정고는 이날 역사와 사회과 교사 등 5명으로 구성된 교과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운정고는 8종의 한국사 교과서 중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 가운데 하나를 한국사 교과서로 채택할 예정이다. 운정고는 앞서 지난해 12월27일 교과선정위원회와 같은 달 30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선택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채택률이 1%도 안 되는 교학사 교과서 선정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이런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도내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5개 학교의 선정 과정이 의혹 투성이인 것으로 자체 파악결과 밝혀졌다"며 "학생들이 역사왜곡, 친일미화, 독재옹호 교과서로 수업을 받지 않도록 경기도교육청은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5개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과서 선정위원회에서 학교장에게 결재를 올렸을 때 여러 차례 결재를 반려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선정위원회에서 고작 3위로 올려진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며 "일부 학교는 학교장이 해당 교과 선생님들에게 교학사 교과서가 선정될 수 있도록 은근한 압력을 가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교학사 교과서는 도내 445곳 고교 중 운정고를 포함해 모두 5개 고교(공립1곳ㆍ사립 4곳)가, 전국에서는 2300여개 고교 중 10여곳 정도가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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