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글씨·공감 가는 일상적인 주제로 진정성 전달…“디지털 거부 아닌 문제의식을 통한 오프라인과의 만남”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학우 여러분들은 안녕들하십니까? 상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시절입니다. 그간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보면서 안녕하고자 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성균관대 학생 대자보 중) 지난 세기의 의사표현 수단쯤으로 여겨졌던 대자보가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생과 직장인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가히 ‘대자보의 부활’이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SNS와 인터넷 댓글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개인의 이름을 걸고 자필로 대자보를 써 대학가 게시판 등에 붙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고려대생 주현우씨가 처음 붙여 확산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를 ‘좋아요’를 클릭한 사람들의 숫자는 25만명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전국 각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올린 100여건의 대자보가 사진을 통해 게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속하지 않은 대학, 심지어 먼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붙여진 대자보라일 지라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확인하고, 공감하고, 댓글을 남기고 있다. 활자를 기피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쓰는 것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왜 낡은 의사표현 방식인 대자보에 호응하고 직접 참여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진정성'을 그 이유로 꼽는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자필로 글을 쓰게 되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아니라 필자의 감정과 의도가 더욱 진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아날로그적 형식이라 조작이나 오염의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피상적인 소통과 관계 속에서 대학생들이 자필 대자보를 통해 ‘안녕하십니까’라는 안부를 묻고 진심이 묻어나는 소통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자보 현상에 대해 “(디지털의 거부가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이라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SNS가 없었다면 이렇게 단기간 내 전국에서 공감대가 확산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대자보는 온라인 상의 담론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대자보를 직접 써서 붙이는 행위의 부활은 디지털에서 댓글로 그치는 의사표현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온라인 상의 대화가 아무리 발달해도 오프라인에서의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지지 못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자보 확산의 또 다른 이유로 개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들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도 취업을 못할 것 같아 안녕치 못하다’, ‘등록금은 비싼데 아르바이트를 해도 감당도 안된다’, ‘현실에 무관심했던 내가 창피했다’ 등의 개인적인 토로와 고백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일상적 언어로 소통의 운을 뗀 점도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자보 열풍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의사표현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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