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사고 당시 조종사들은 착륙 비행속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조사 보고서는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 비행속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이강국 기장은 사전에 진행된 조사 인터뷰에서 “주비행표시장치(PFD)에 속도가 최저범위 이하를 의미하는 회색 구간 이하로 떨어진 것을 봤으며, 속도계 하강 혹은 오토스로틀(자동속도조절장치) 해제 등의 표시도 본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그 순간 교관기장이 '재상승'(go around)이라고 말하면서 조종대를 밀었으나 기체는 활주로에 부딪히면서 회전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이 기장은 또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글라이드슬로프(활공각 지시장치)가 고장 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며, 착륙 전부터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NTSB의 빌 잉글리시 조사관은 사고기가 활주로에서 약 3마일(4.8㎞) 떨어져 있을 때 자동항법장치가 꺼졌으며, 항속이 정상치보다 34노트 낮은 103노트까지 내려갔다고 지적했다.한편 보고서는 연방항공청(FAA)의 시험조종사인 유진 아놀드가 보잉777 기종의 오토스로틀 설계 문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놀드 조종사는 “보잉777의 오토스로틀 장치가 승인을 받았고 연방항공규정에도 부합하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으며'(less than desirable)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진술했다. 그는 조종지시장치(FDS)를 일부만 켜놓은 상태에서는 오토스로틀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결국 항속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잉 측은 이 장치가 보잉777 기종뿐 아니라 보잉767, 보잉747 등에도 적용돼 있으며 최종적인 결정은 조종사에게 맡기기 위한 의도로 설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한편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사고조사 청문회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긍정적인 요인들도 규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NTSB는 당초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조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워싱턴DC 지역에 불어닥친 눈 폭풍 때문에 하루만 진행됐고 사고기 기장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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