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기금운용을 파헤치다]③이곳이 1513억원 손실내는 기관입니까
회의 기념품이 40만원 여행가방…법인카드도 개인용도로 남발과학기술인공제회 개인용도에 회삿돈…감사원 조직은 되레 축소[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일부 공제회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조합원의 복리증진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자신들의 복리 증진에 남용하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은 '마이너스', 근무복 구입은 '펑펑'=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본부 및 16개 시도지부 직원 450명에게 동계복을 지급기로 하고 지난 10월 말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 공고 때 교직원공제회가 제시한 동계복은 제일모직의 '빈폴' 브랜드로 정가가 50만원에 육박한다. 교직원공제회는 남성용 290벌, 여성용 160벌을 주문했는데, 정가 기준 주문액은 2억원에 달한다. 자신들의 복리후생에 통 큰 지출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교직원공제회의 자산운용 실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교직원공제회의 자산은 22조3795억원인데 자산운용 수익은 7992억원으로 수익률이 3.5%에 불과하다. 특히 판관비 등을 제한 당기순이익은 1513억원 손실을 봤다. 전국 교직원 조합원들이 복리와 노후를 위해 예치한 자금을 제대로 운영 못해 손실을 보고 있으면서 그 돈으로 자신들의 복리후생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직원공제회 방만경영의 피해는 교직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세금과도 직결된다. 교직원공제회법 제13조는 '교육부 장관공제회를 보호ㆍ육성하기 위해 회원의 부담금으로 하는 사업에서 생긴 결손을 보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급 동계복 구입에 대해 교직원공제회 측은 "공공기관 난방온도가 18도로 제한돼 근무용으로 구입했다. 매년 동계복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직원공제회는 올 상반기에는 대의원회 회의용 기념품으로 40만원에 달하는 고가 여행용 가방을 구입, 눈총을 받기도 했다. 대의원회는 교직원공제회 최고 의결기구로 전국 시도별 회원대표 81명으로 구성됐다. 교직원공제회 조합원인 한 고교 교사는 "그 정도 금액의 제품을 내부용으로 구입해 쓴다니 놀랐다.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만경영 문제는 다른 공제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정규직원 28명에게 준 법인카드 수는 무려 17장에 달한다. 이들은 2011년과 2012년 매년 2억원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사용처는 주로 고급 한정식집이나 술집이었는데, 일부는 옥션이나 이마트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내역도 있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과학기술인 3만30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고 자산 규모는 2조원가량이다. 최 의원은 공제회의 방만경영을 뿌리뽑기 위해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낙하산 이사장…감사원은 조직 축소 = 공제회의 방만경영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으로는 허술한 공제회 이사장 선임 과정이 가장 먼저 꼽힌다. 대부분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이뤄져 공제회 운영에는 관심도, 전문성도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국내 대표 공제회 중 한 곳의 A이사장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꼽히는 인물이며, 올 국감에서 방만 경영으로 도마 위에 오른 한 공제회의 B이사장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임명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이처럼 공제회를 둘러싼 문제점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도 감사원은 연기금ㆍ공제회 감사 조직을 축소한 상황이다. 지난 7월 감사원은 기존 금융기금감사국을 폐지하고 소속 4개과 중 2개과만 신설된 산업금융감사국으로 이전했다. 공제회 감사는 금융기금감사국 3과에서 담당했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공제회 부실의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자산운용을 비롯한 공제회 전체에 대한 철저한 감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전날 주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20명을 불러 "방만 경영 해소에 부진한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임기에 관계없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11일 공공 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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