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현대 콜롬보號, 中 미세먼지 지옥에 나흘째 대기중이다'

수출기지 닝보항 앞바다에서-본지 기자, '스모그 大亂' 을 목격하다

지난 7일 중국 저장성 닝보 해역에 짙은 스모그가 깔리면서 바닷길이 폐쇄됐다. 사진은 현대콜롬보호 위에서 바라본 중국 해역.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몰아닥친 7일 오후 5시, 중국 수출기지 닝보항에서 40마일 떨어진 중국 동해상. 기자는 현대상선 소속 6800TEU급 현대콜롬보호 브릿지에 서 있었다. 스모그가 바다를 덮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속에 갖혀 있는 듯 했다. 저 멀리 230여m 앞 선수 돛대도 희미하게 보였다. 배의 끝을 겨우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경을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뜬 순간 브릿지의 무선 기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닝보항 컨트롤 센터에서 무선 연락이 온 것이었다. "스모그가 악화돼 저녁에는 접안이 불가능해졌다. 8일 오전에 다시 상황을 보자." 한 가닥 걸었던 희망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사상 최악의 스모그로 세계 최대 무역항중 하나인 닝보항으로 가는 바닷길이 막혔다. 이날 상하이시 발표에 따르면 닝보시 등 장쑤성 일대가 사상 최악의 스모그 사태를 맞았다.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700㎍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인 25㎍의 25배에 달한다.기자가 승선한 현대콜롬보호는 지난 5일 정오 부산 신항에서 출발했으나 3일후인 8일 저녁 늦게서야 닝보항에 접안할 수 있었다. 당초 출항 다음날인 6일 오후께 링보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일부터 몰아닥친 사상 최악의 스모그로 링보항에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동시에 수많은 컨테이너선들과 벌크선, 어선들에게도 접안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배들이 접안 허가가 떨어질 때 까지 바다에서 대기해야 하는 것이다. 콜롬보호 1등항해사는 "겨울철에 스모그로 항만이 며칠씩 폐쇄된 것은 처음이다"며 "인근의 다른 선박들도 해상에서 대기중"이라고 말했다. 항해사의 말처럼 육안으로 보이진 않지만 레이다를 통해 보면 수십척의 배들이 인근 해상에 떠 있다.콜롬보호도 7일 오전 1시께부터 닝보항에서 40마일 떨어진 지점에 닻을 내려야만 했다. 길이 304m, 폭 40여m로 63빌딩 보다 더 큰 대형 선박이 몇일 동안 엔진을 끈 채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바다에서 선박간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치앞도 못 보는 안개 속에선 선박간 충돌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선원들도 바다에서 높은 파도 보다 안개가 더 위험하다고 할 정도다. 기자는 이날 바다위에서 위험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7일 오전 11시 50분께 한 벌크선이 콜롬보호 우측 해상에서 선수쪽으로 빠르게 접근한 것. 위험을 감지한 콜롬보호 선장은 수차례 경고 기적을 울렸다. 하지만 이 벌크선은 경고를 무시한 채 콜롬보호 선수 바로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충돌은 피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런 광경을 처음 목격한 기자도,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몇 미터만 더 접근했다면 콜롬보호 닻 체인에 걸려 배가 전복될 수도 있었다. 이성헌 선장은 "해상에서 난폭하게 운항하는 배들이 있다"며"경고에도 배에 접근하는 배들이 있어 정지상태에서는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모그 악화로 언제 다시 항만이 열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대기중인 선박들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제때에 선적 화물을 운송하지 못한 데다가 다른 기항지 도착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콜롬보호는 닝보항만 컨트롤센터와 긴급 협의를 통해 8일 링보항에 접안할 수 있었으나 인근에서 있던 다른 선박들은 접안이 안돼 여전히 대기중이다. 항만은 다시 폐쇄됐다. 해운업체는 시간이 걸릴수록 손해를 보는 수익구조다. 콜롬보호 관계자는 "다음 기항지인 카오슝에 제 시간에 갈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올려야 해 그만큼 연료비 부담이 늘게 된다"고 말했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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