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까지 확대한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오종탁 기자] 한미 양국이 다음 주 차관급 전략 대화를 갖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선포 후속상황 등을 논의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이 다음 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전략 대화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KADIZ 조정 이후의 상황을 평가하고 동북아 안보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새 KADIZ 선포 직후 국무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는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appreciate)한다"며 사실상 동의 의사를 나타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번 KADIZ 재설정이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으로 하여금 어떤 대응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이 '맞대응 확대'를 감행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 정부는 주변국에 KADIZ 확대에 대해 사전설명과 이해를 충분히 구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국들이 자국 여론의 향배에 따라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과 일본 모두 우리의 KADIZ 확대 발표 후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 강경파인 인줘 해군 소장은 지난달 25일 관영 중국 중앙TV(CCTV)에 출연해 "중국이 앞으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동해는 우선 설정한 것이고 서해, 남해 등 해역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서해까지 방공식별구역을 넓힌다면 당장 우리와 군사적 충돌이 우려된다. 서해는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데다 한국군의 훈련도 수시로 실시되고 있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지역에서 한미합동훈련이 이루어진다면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발할 명분이 될 수 있다. 일본의 맞대응은 더 민감한 이슈다. 우선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독도를 포함시키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독도 상공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다 해도 우리 입장에선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이 있는 일본 입장에서 '도발'의 가능성은 다소 낮지만, 일본 내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냐에 따라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KADIZ 확대에 대한 즉각적 반응은 자제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한ㆍ중ㆍ일 간 충돌이 생길 때를 대비해 자국의 정당성을 확보해놓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7일 필리핀을 찾아 볼테르 가즈민 국방장관과 회동하면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일본도 강력한 우려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중국도 외교적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6일 베이징에서 비숍 호주 장관을 만나 "중국 인민과 사회 각계는 깊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가에 대해 우회적 경고를 피력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정부가 외교적으로 KADIZ 이슈를 어떻게 조절해 나가느냐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방공식별구역 조정은 국제 항공질서 및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주변국의 영공과 해당 이익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관련국과 충돌 방지를 위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8일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까지 확대한 새로운 KADIZ를 선포했다. 동ㆍ서해 KADIZ는 그대로 두고 거제도 남쪽과 제주도 남쪽의 KADIZ를 인근 FIR와 일치시키는 형태로 조정했으며 기존 KADIZ보다 늘어난 면적은 남한 면적의 3분의 2 수준이다. 이번 변경안은 1951년 3월 미 태평양공군이 중공군의 공습을 저지하기 위해 설정한 이후 62년 만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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