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영화 '아바타'가 3차원(3D)이라서 흥행했을까요? 아바타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스토리'에 있죠.""컴퓨터그래픽스(CG)가 훌륭해서 좋았던 영화는 없습니다. 영화의 서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적절히 융합됐을 때 생명력 있는 콘텐츠가 탄생합니다.""사람들은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할 일은 상품이 아니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던져주는 겁니다."서울 동숭로 대학로 소극장 무대 위.연극배우가 나올 것만 같은 곳에 영화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러, 정보통신(IT) 제품 디자이너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공돌이'다.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일하는 석박사급 공학 인재들, 전국 대학에서 이공계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 정부 기관에서 산업기술 연구ㆍ개발(R&D)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연사들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인다.이는 기술인문융합창작소(소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이하 창작소)가 정기적으로 여는 '창의융합콘서트'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창작소에서는 이처럼 공학자들과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자주 만들어진다. 창작소에서는 '기술과 인문이 만난다'고 표현한다.그동안 기술과 인문 융합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폰과 페이스북의 사례처럼 인문학적 감성이 깃든 R&D가 중요해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융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쏟아졌다.산업기술진흥원 산하의 창작소는 '기술인문 융합 연구의 싱크탱크(Think Tank)'를 표방한다. 대학이나 기업들이 실무형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치중한다면, 창작소는 이종(異種) 분야 간 인적 교류 및 지식 교류, 융합 관련 지식 아카이브 구축 등 창조적 R&D를 위한 연구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창의융합콘서트다. 일종의 지식콘서트로, 같은 주제를 두고 인문학자와 이공학자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해 총 아홉 차례 열린 콘서트에는 450여명이 참석했으며, 전용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도 1만5000여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다.기술ㆍ인문 융합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창작소가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역시 비교적 광범위하고 관념적인 성격의 것들이 많다. 창작소는 올해부터 외부에 있는 융합 관련 기관(대학 및 연구소)들과 손잡고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콘서트를 개최해 소통의 장을 넓히고, 융합 기반의 범부처 협력 어젠다 발굴에도 힘쓰기로 했다.이밖에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위한 융합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산업 현장에 있는 R&D 관계자들이 인문학적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중소ㆍ중견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대상으로 '융합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정재훈 원장은 "외부에서 참여하는 기술ㆍ인문 분야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해 기술인문 융합 연구의 싱크 탱크로 확실히 자리 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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