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공제회 12곳 운용실태 전수조사
'눈 먼 돈', '감독 사각지대'. 시장에서 공제회 기금을 가리키는 표현들이다. 공제회의 자산규모나 가입자 수는 공적연금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지만 정작 중요한 기금 운용은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복지와 미래 노후를 위해 맡긴 자금이 사실상 관리감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수십조원 자금이 전문성 없이 운용되고,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게 공제회의 현주소다. 취재 중 만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분명 문제점이 있는데도 누구 하나 해결하려 나서는 이가 없다"며 개탄했다. 공제회 부실의 싹을 도려내지 않는 한, 조합원의 안정된 복지와 후생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에 아시아경제신문은 주요 12개 공제회의 기금 운용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분석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수십조원 공제회 자금이 객관적인 평가지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기금의 주인인 조합원은 기금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27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주요 12개 공제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외부 전문평가사와 대체투자 공정가치 평가 계약을 맺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2개 공제회의 기금 자산은 43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중 대체투자는 25%가량이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객관적인 수치로 투자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 외부 평가사에 공정가치 평가를 의뢰한다. 이를 통해 대체투자 현황이 어떻고 수익률은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은 외부 평가사에 대체투자 공정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NICE피앤아이 등 채권평가사가 업무를 맡고 있다. 공제회는 높은 보장 이자율을 감당하기 위해 올해 들어 앞다퉈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왔다. 부동산,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연초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안에 대체투자에 1조9000억원을 신규투자해 비중을 27.8%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직원공제회의 대체투자 비중이 주식(13.7%)과 채권(24.3%)을 넘어서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공제회들은 이처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면서도 정작 중요한 공정가치 평가계약은 맺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시중 채권평가사에 공정가치 프레젠테이션(PT)을 받았지만 "아직은 공정가치를 받을 때가 아니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12개 공제회 중 외부 채권평가사와 채권지수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곳도 교직원공제회 한 곳에 불과했다. 채권평가사가 제공하는 채권지수는 벤치마크(BM)로 활용되는데, 이들 채권지수가 있어야만 조합원은 객관적인 기금 수익률을 알 수 있다. 교직원공제회도 채권평가사 1개사와 계약을 맺고 있어, 2~3개사에 채권지수를 받는 다른 연기금에 비해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공제회 기금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이 보다 철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공제회는 특별법이나 법조문에 근거해 설립돼 정부의 세금 지원도 가능한 곳들이다. 예컨대 경찰공제회는 경찰공제회법, 군인공제회는 군인공제회법이 근거법이다. 여차하면 세금으로 기금 부실을 메워줄 수 있는데 반해 정부의 관리감독이 너무 허술한 셈이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대체투자 초기단계로 전문성이나 관련 인프라가 미흡하다"며 "대체투자는 확대하되, 업계와 감독당국 모두 전문성과 인프라 확충 노력, 리스크관리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사대상 공제회는 건설근로자공제, 경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건설공제조합, 노란우산공제회,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12개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