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쌓인 외국동전 '많아도 걱정'

올해 4만2551점 수거…매년 수거되는 외국동전 늘고 있지만 환전 어려움 때문에 활용 한계

▲ 청계천 행운의 분수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동전을 던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청계천이 '세계 화폐 박물관'이 되고 있다. 청계천 팔석담에 마련된 '행운의 분수대'에 세계 각국의 동전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청계천에서 거둬들인 외국동전은 4만2551점이다. 청계천에서 동전을 수거하기 시작한 2005년 305점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행운의 분수대가 '외국동전 백화점'으로 변신한 것은 2011년부터다. 외국어 안내를 강화하고 화강석 조형물을 설치한 이후 청계천 분수대에 모인 외국 동전 숫자는 수직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0년 2228점에서 2011년 처음으로 2만점을 돌파해 2만3033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5만1092점이 수거됐다. 청계천에 모인 각 국의 외국동전은 9년간 12만2394점. 지난해 수거된 외국동전 증가율은 직전연도 대비 121.8%로 국내동전 수거액 증가율 51.3%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인들도 외국 여행지가 다양해지면서 여행하다 남는 동전을 분수대에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외국동전 비중이 점점 높아지자 이를 관리하는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에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국내동전은 바로 기금으로 조성해 복지시설에 전달하거나 성금기탁이 가능하지만 외국동전은 환전이 어려워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다섯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내동전 기부는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4회,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돕기 성금으로 1회 전달됐다. 기부금액은 약 1억1724만원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측은 "수거되는 외국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국내에서는 은행 환전이 불가능한 동전이 워낙 많다"면서 "별도로 사용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유니세프로 일괄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제주은행을 제외한 은행 중 외국동전 환전이 가능한 곳은 14곳으로 거래가 많은 일본, 중국 등 8개국 동전에 한해 교환이 가능하다. 은행들은 "지폐 환전은 일상적으로 이뤄지지만 동전은 운반을 비롯한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단위가 소액이라 서비스 제공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매년 청계천에서 수거되는 외국동전 숫자가 더 많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질 텐데 현재까지는 유니세프로 일괄 전달하는 것 외에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민 이름으로 기부되는 만큼 활용처를 확대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외국동전을 기부받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를 다시 영국으로 보내 환전 후 긴급구호자금으로 활용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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