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강도 자구계획 내놓은 동부그룹

재계순위 17위인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놨다. 주력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고, 동부제철의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건설의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의 유휴 부동산 등도 팔기로 했다. 김준기 회장도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다. 동부그룹은 이를 통해 2015년까지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그룹 차입금을 6조원대에서 3조원 이하로 줄여 부채비율을 270%에서 170%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동부하이텍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동부하이텍은 김 회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닷컴거품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사재 수천억원을 포함해 3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16년간 공들여 키운 회사다. 김 회장으로서는 필생의 사업을 포기한다는 뼈아픈 결단을 내린 셈이다. 동부하이텍이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흑자전환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이기에 김 회장은 물론 동부그룹 임직원들도 아쉬움이 클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는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계속 필요한 분야여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동부그룹이 끌어안고 가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오너인 김 회장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력함을 대변한다. 또한 유동성 위기가 더 심각해져 자력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자체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점도 평가할 만하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채권금융단이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동부그룹이 반도체를 떼어내더라도 가전ㆍ발광다이오드 등 남은 전자 분야와 기타 주력 업종인 금융ㆍ철강ㆍ농업ㆍ바이오 분야 전반에 걸쳐 내실을 다지고 재도약하기를 바란다. 오늘 증권시장에서도 동부그룹의 자구책 기대감에 관련 주식이 급등했다.  동부그룹 외에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기업집단이 몇 곳 더 있다고 한다. 그들도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STX그룹이나 동양그룹처럼 막판까지 버티다가 법정관리로 가는 것보다 동부그룹 모델을 따르는 것이 투자자 피해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이는 길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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