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쓴소리'와 '단소리'가 있다. 쓴소리는 귀에 거슬리지만 오래간다. 단소리는 귀에 솔깃하지만 그 여운은 짧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미국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를 비공개로 만났다. 국내외 경제현안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미스터 둠(Mr. Doom)'이란 별명을 얻은 경제석학이다. 한 나라 경제수장과 경제석학이 만났으니 관심이 집중됐다.
루비니 교수의 '단소리'가 시작됐다. 한국은 정부부채, 재정수지 측면에서 재정건전성이 높다고 칭찬했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도 시의적절했고, 한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위기가 아니라 한국엔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대미 교역규모가 많은 한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란 진단이었다. 중국·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는 중국·일본은 '지속 가능하지 않는 성장'에 머물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치켜세웠다. 현 부총리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하다. 현 부총리는 루비니 교수의 '단소리'에 대해 "새정부 들어 경제정책방향이 가시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규제완화,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루비니 교수는 몇 가지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고령화와 연금 등 재정 부담이 한국경제의 도전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여건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 부총리 취임 7개월 동안 부총리 역할론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노골적으로 부총리의 조율 능력 부족을 질타하기도 한다. 복지 재원에 대한 방법론,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권과의 조율 등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증세에 대해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말만 앞세울 뿐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부총리는 '단소리'보다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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