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사라진 史草'..그 진실게임을 말하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눈 주인공들은 이미 고인이 됐다. 그러나 6년전의 대화는 망령처럼 우리를 사로잡고 있으며 지난 대선과정 이후 정쟁의 사슬에 묶여 있다. 대선 당시 터져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및 '반미 발언' 폭로는 대화록 원본 폐기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소용돌이가 발언의 진실을 삼켜버린 지 오래다. 지금 검찰은 대화록 원본을 누락시킨 경위를 찾는다며 참여정부 인사들을 소환 중이다. 여기서 여러 의문이 남아 있다. 대화록 원본은 어디로 간 것일까 ? 노 전 대통령은 정말로 대화록을 폐기한 걸까 ? 봉하마을에도 가져가고 국정원에도 보내 후임 대통령이 볼 수 있게 한 마당에 없앨 이유는 있었을까 ? 일단 대화록은 국정원에 있고,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의 '이지원' 사본에도 대화록이 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이지원 원본에는 대화록이 없다. 봉하 사저의 이지원 사본은 국가기록원에서 옮겨온 것이므로 당연히 국가기록원에 남겨져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무현의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유시민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본격 해설서를 들고 NLL 발언, 사초 실종 등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 들었다. 이제 정치에서 은퇴, 자유인을 선언한 유시민의 돌직구가 과연 진실과 본말에 접근하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의 돌직구는 아주 명백하다. 저자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진지하게 원한다면 누구나 대화록을 꼼꼼히 읽고 깊게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토로한다. 대화록은 희귀한 자료다. 단순히 남북 정상이 한 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2007년 당시 남북관계의 전모를 담고 있다. 남북관계의 어제와 오늘, 선택 가능한 미래상, 남북 정치체제의 차이, 최고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격, 의사결정 과정의 특성, 상대방의 인식, 이해관계의 대립과 접근 가능성, 두 정상의 인격적 특성까지 드러난다. 이같은 희귀자료는 전문까지 공개돼 지금 인터넷공간을 유랑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평가는 없다. 대화록을 둘러싼 정쟁과 정치적 이해 타산만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 논란의 소용돌이 안에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대화록의 기구한 운명이다. 여기서 저자는 대화록 유출과 논란 과정을 재구성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된 환경, 노 전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설명한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과연 NLL을 포기했는지, 반미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유시민은 본래 글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이미 숱한 저술들은 경제학과 역사, 철학, 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상적 편력을 보여 준다.이번 정치해설서 또한 대화록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명쾌하고도 일관된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 논란을 떠나 대화록과 그에 대한 해설을 살펴보는 것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노무현 김정일의 246분'/돌베개 출간/값 1만3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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