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지난 10일 발표한 원전비리 수사결과는 원전 부품 납품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수년 간 조직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주었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불량 부품 납품 등의 이면에는 발주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부품업체, 부품 검증 및 승인기관 간에 뇌물이 오간 구조적 비리 사슬이 있었던 것이다. 잇단 비리로 국민의 신뢰가 바닥난 터에 한수원과 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원전 케이블 입찰가격이 실제 예정가와 거의 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원전용 케이블 입찰 담합을 한 것으로 확인된 LS전선, JS전선 등 8개 업체의 입찰 투찰률(낙찰 예정가에 대한 응찰가 비율)이 최고 99.8%에 이르렀다. 신고리ㆍ신월성 1∼2호기의 케이블을 수주한 LS전선의 투찰률은 99.7%였다. J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각 99.8%에 달했다. 신고리 3∼4호기의 경우도 8개 담합 업체들의 평균 투찰율은 98.1%였다. 사실상 100%에 다름없는 투찰율이다. 신통력을 발휘하지 않은 한 불가능해 보이는 결과다. 한수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한수원은 "예정가격은 원천적으로 유출될 수 없는 전산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입찰 마감 전까지는 외부에서 알 수 없다"며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투찰가가 사실상 100%에 달한다는 것은 사전에 낙찰 예정가를 알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의 투찰율이 79.8~95.7%인 데 반해 담합업체의 투찰율은 실제 예정가와 비슷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수원이 답합 업체들에 정보를 제공해 특혜를 주었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가 당연한 이유다. 정부는 최근 품질관리 강화방안을 포함한 원전비리 근절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입찰 과정에서부터 비리가 개입되면 부실 부품 납품→원전 가동 정지→경제적 손실 및 전력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 담합뿐 아니라 한수원과 업체 간 구조적인 비리사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감사원은 한수원과 업체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한 전면 감사에 나서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사법당국의 수사도 필요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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