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양 법정관리, 채권단 역할 중요하다

법원이 어제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모기업인 동양시멘트 등 4곳에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동양네트웍스만 외부에서 관리인을 뽑았다. 이로써 이들 기업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현실화됐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법정관리를 신청한 5개 기업 모두 받아들여졌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기업(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이나 재무상태가 괜찮은 기업(동양시멘트)도 기각되지 않았다. 상황이 다른 계열사 5곳이 무더기로 회생절차를 밟음으로써 서둘러 진행돼야 할 인적ㆍ물적 구조조정이 혼선을 빚고 시간을 끌 소지를 안게 됐다.  관리인으로 기업 부실 및 '사기성' CP 발행에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진이 선임된 것도 걱정스럽다. 현재현 회장 등 대주주가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동양은 부실을 숨긴 채 과도한 회사채ㆍCP를 발행해 계열 증권사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빚을 돌려막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작은 이익을 챙기려다 실기하고 유동성 위기로 몰렸다. 현 회장은 이미 경영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대표이사 출신 관리인을 통해 부당한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 채권단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외부에서 선임된 공동관리인과 구조조정 담당 임원(CRO)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대주주 입김에서 벗어나 조속한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구조조정에 착수함과 동시에 투자자 구제책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현 회장은 국정감사장에서 투자자에게 사죄하면서 사재를 모두 내놓겠다고 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을 일부 인정한다"고 했다. 제도와 감독, 시장규율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3대 요소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검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 사기성 CP 발행 여부를 밝혀내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양그룹 대주주와 경영진, 금융당국 모두 회생절차와 뒷수습 과정에서 고객에게 투자금액을 꼭 상환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동양증권 제주지점 여직원의 뜻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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