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사례1. 독자에게 이메일이 한 통 왔다. "고등학생인 아들을 부사관학과가 있는 대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를 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도 궁금하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2주일 뒤 돌아오는 답변은 "부사관학과가 있는 학교를 알려주려면 각 대학교에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알려주기가 힘들다"는 답변이었다. #사례2. 이번엔 육·해·공군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과 연간 골프장 수입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육군과 해군은 자료를 보내왔다. 하지만 공군은 "군 골프장의 위치는 보안이며 매출액은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담당자는 "국민이 왜 이런 것까지 알려고 하느냐"며 되묻기까지 했다. 기자신분을 밝히자 돌아오는 답변은 더 허무했다. "기자라 더 알려주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사례3. 최근 5년간 군인연금의 부정수급자 현황을 요청하자 국방부는 "2012년 설립된 재정지원단에 자료를 모두 넘겼기 때문에 부정수급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재정지원단에 문의하니 "국방부로부터 자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국방부 담당자에게 다시 물어보니 "도대체 자료를 왜 구하려고 하느냐"며 따져 물었다. 결국 최근 5년간 군인연금 부정수급자 현황을 알 수 없었다. 기자는 정보공개청구를 자주 이용한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이 궁금한 점을 인터넷을 통해 문의하면 관련 자료를 정부에서 공개하는 제도다. 언제든지 편하게 질문할 수 있고 답변기한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보자유법(FOIA)'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크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공정책의 결정과정에서 투명성을 더할 수 있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사례1을 보자. 부사관학과는 줄어드는 장병을 대신할 우수한 부사관 인력을 뽑고자 만든 학과다. 하지만 어느 대학교에서 이 학과를 두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어 부사관학과 지원율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사례 2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군의 체력단련장 설립이 옳다고 보기 때문에 혈세를 아껴 체력단련장을 만들어 줬다. 그런데 이 체력단련장의 이익을 비밀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만들어준 국민은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례3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혜택을 줄여 나갈 때 군인연금만큼은 보호했다. 나라를 지키시는 분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혈세가 잘못 쓰이고 있다면 숨기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제도'라고 짧게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에는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를 186가지로 나열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는 국가행정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해봐야겠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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