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재정 연5조 확충'…지자체 '택도 없다'

정부, 지방재정 건전화 방안 발표…지방소비세율인상 등으로 향후 10년간 연 5조원 보전…지자체들 요구 절반 수준…서울시 '눈가리고 아웅'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취득세율 영구 인하, 복지 예산 증가로 재정난에 처한 지자체들을 위해 향후 10년간 연 5조원대의 재정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취득세율 영구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을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1%로 6%포인트 높여주고 영유아 보육 예산의 국고보조율도 현행보다 10%포인트씩 올려주겠다는 방침이다. 또 지방소득세 독립세 전환 등 지방세제를 개편해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해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재정 보전 대책은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수준의 절반에 불과해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현오석 부총리,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지방 재정 건전화를 위한 기능 및 재원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정부는 우선 지난 8월28일 발표한 취득세율 영구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및 지방교육재정 감소 예상액 2조4000억원을 전액 보전해주기 위해 현재 5%인 지방소비세율(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지자체 몫)을 2015년까지 6%포인트 인상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방세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해 2014년 8%, 2015년 11% 등 단계적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연평균 3조2000억원의 재원이 지자체로 더 지원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또 현재 보조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영유아보육법상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 인상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현재 30%에서 40%로, 타 지역은 60에서 70%로 국고보조율이 인상된다.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내년 기준으로 8000억원의 재정이 지자체에 더 지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개인이나 기업이 내는 소득세ㆍ법인세 중 지자체 몫(10%)인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해 지자체의 독자적인 재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이 과정에서 세제개편을 통해 세액 공제ㆍ감면을 축소해 지자체에 1조1000억원을 더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아울러 장애인ㆍ정신지체자ㆍ노인복지 등 현재 지자체에 분권교부세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 복지 사업을 국비 사업으로 환원해 매년 6000억원을 더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방세제 개편(+4조6000억원), 국고보조사업 확대 등 예산 지원(+1조5000억원), 기능 조정(-1조1000억원) 등을 통해 2014~2023년 연평균 5조원가량의 지방 재정이 확충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이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내년까지 제도 정비를 마치고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이때까지 지자체들이 부족한 예산은 특별교부세 등의 형태로 지원한다. 또 올해 안에 지역발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기재부, 안행부 등 관계 기관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며, 관계부처 공동으로 추진 점검단도 운영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재정의 현안 소요와 중앙-지방 간의 기능 재조정을 전제로 이에 상응하는 재원대책을 패키지로 마련했다"며 "취득세수 감소액 전액 보전, 보육 부담 완화 등 시급한 현안 소요로 우선 대응하고 복지 소요 증가, 지방분권 확대 등에 따라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능 재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터무니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당장 서울시는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 "정부의 지방재정 대책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 모두에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한다"며 "중앙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무상보육을 책임질 의지가 있는지,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어려움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반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 자치단체의 일관된 목소리에 귀를 막고, 협의를 거부하는 정부의 태도에 절망을 느낀다"며 "무상보육 약 3257억원과 현재 발표를 앞두고 있는 기초연금제 도입 시 지방비 부담이 2배 늘어날 것이라는 언론 보도처럼 서울시 부담이 추가로 2000억원이 늘어난다면 경기침체로 세수가 감소되는 상황에서 감당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지방재정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보육법은 여야 만장일치로 상임위에서 통과된 내용이니 반드시 법사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을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16%까지 올려줘야 하며, 영유아 보육 예산의 국고보조율도 국회 계류 중인 안대로 현행보다 20%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10일 현오석 부총리-전국 시도지사 협의회 임원단 간담회를 통해 지방재정 보전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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