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원내 복귀를 결정한 민주당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원내 복귀를 결정하면서 천명한 '강력한 원내 투쟁'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은 제1야당 국회의원들의 비상한 원내투쟁을 통해서 진정한 야당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국회 일정 협의에 응하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야당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호언장담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 시청광장에 있는 천막당사는 고수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광장에서 노숙하지 않지만 전국을 순회하며 원외투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민주당의 정체성 혼란은 원내 투쟁의 현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강력한 원내 투쟁이란 현실적으로 국정감사와 법안관련 심의다. 민주당 입장에선 국정 감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 7월31일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했을 당시부터 민주당은 한 발은 국회에 뒀지만, 다른 한 발은 광장에 있다고 밝혀왔다. 국회 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민생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은 줄곧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내외 병행투쟁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 때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말은 '장외투쟁을 강도높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밝힌 투쟁수위를 높인다는 말의 뜻은 과거와 달리 '국회에 복귀한다'는 뜻이었다.민주당의 알듯 말듯한 투쟁방식은 서울 시청광장의 천막당사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국회 복귀를 결정한 만큼 정기국회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 광장위의 천막당사를 철수하자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천막당사는 이제 진지라기보다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면서도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뒷일을 모르니 일단 한 발 걸쳐두겠다는 계산이다.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 당내 역학구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여당을 압박하는 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다기보다는 당내 역학관계에 따른 상황 논리라는 것이다.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주류로 구성된 지도부가 운신할 폭이 그만큼 좁다. 김 대표의 리더십은 앞으로가 더욱 중요한 셈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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