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맞지만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직장에서 받는 '떡값' 봉투가 얇아졌거나 없어졌다. 그 결과 가족 친지에게 줄 선물꾸러미도 가벼워졌다. 가을 이사철 치솟은 전셋값 마련이 버거운 판에 열흘 넘게 이른 추석으로 과일값은 비싸다. 여기에 일본발 방사능 오염 공포까지 번져 추석 상차림 장보기가 부담스럽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다섯 달 동안 멈췄던 개성공단이 어제 가동을 시작했다. 우리 기업체 관계자 못지않게 북한 근로자의 열의가 높았다고 한다. 오는 25∼30일 금강산에선 상봉이 중단된 지 3년 만에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난다. 남과 북 모두에게 좋은 추석 선물이다. 명절은 명절이다. 차례상을 차리고 성묘도 해야 한다. 지나친 방사능 공포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 근해 해류가 북태평양을 돌아 한반도 연안으로 오는 데는 3∼5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금 잡히는 국내산 어류가 방사능에 오염될 염려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추석 차례상에 우리 수산물을 넉넉히 올리자. 삶의 변화에 따라 명절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연휴 전날부터 자식들이 고향의 부모를 뵈러 가는 귀성 행렬로 고속도로가 붐비는 한편 부모가 객지에 있는 자식을 찾아가는 역귀성이 늘었다. 벌초와 성묘를 미리 하고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신세대도 많다. 그런가 하면 홀로 쓸쓸이 명절을 보내는 노인이나 독신이 적지 않다.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고령화 등 우리 사회 풍속도와 인구구조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명절에 대한 생각과 보내는 방식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것은 가족애와 이웃사랑이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이의 어깨를 도닥여주자. 주변을 살펴보면 명절에 더 외로운 이들이 적지 않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결혼이주 여성, 외국인 근로자, 새터민 등은 모두 우리가 사랑을 나눠야 할 이웃이다. 이런 면에서 어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 결과는 실망스럽다. 국민에게 추석 선물은커녕 실망만을 안겨준 정치권은 추석 차례상 머리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귀를 열고 있는 그대로 들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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