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우리 지금 만나 (만나) 당장 만나 (당장 만나)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우리 지금 만나'가 요즘 새록새록 입가에 맴돈다. "둘이 만나자", "아니다 여럿이 함께 보자"며 민주당과 새누리당, 청와대가 달포 넘게 펼치고 있는 기싸움을 보면서다.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의한 게 지난달 3일. 이틀 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을 수정 제의하자 청와대는 여기에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하는 '5자 회담'을 역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이 단독회담을 고집하자(지난달 7일) 20일간 뜸들이던 청와대는 "언제든지 논의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민생 의제에 국한된 '5자 회담' 입장을 고수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27일 김 대표가 '선(先) 양자회담 - 후(後) 다자회담' 카드를 제시했으나 박 대통령은 응답 없이 지난 4일 순방길에 올랐다.결국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회담 형식을 두고 '2 - 3 - 5 - 2 - 5 - 2'라는 암구호 같은 핑퐁게임만 벌인 것이다. 당장은 박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고 다음 주 추석을 비껴가면 회담 자체가 유야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양쪽 모두 애초에 만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만나자는 논의 자체부터 이렇게 공방만 하고 있으니 정작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가 되기도 힘들겠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벼르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이런 날선 의제를 꺼낼 게 뻔하기 때문에 회담을 해도 별 소득 없이 정쟁만 확산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그러나 여러모로 생각해도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쪽은 대통령이 아닐까. 엉킨 실타래를 여럿이 풀려고 이쪽저쪽에서 잡아당기면 실은 더 꼬이고 만다.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얼굴을 안보면 그만이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터.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기꺼이 들어야 한다. 아니 옛 분들은 오히려 쓴소리를 귀담아 들으라고 충고하지 않던가. '좋은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다(양약고구이어병 良藥苦口利於病)'면서.박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것이 선거를 위한 정치적 선전 구호였을 뿐이라면 모를까 상대당 후보에게 표를 준 48%의 국민들도 아울러야 진정한 통합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흔하던 국민과의 대화도 이번 정부에서는 사라졌으니 야권과의 대화도 요원한 것인지.'싸구려 커피'라도 한잔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게 정치인들에겐 쉽지 않은 모양이다. 만남이 늦춰질수록 현안은 쌓이고 자존심이 상한 만큼 전투력은 상승한다. 국회 파행과 그로 인한 민생 외면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내일 귀국한다. 순방 외교의 성과 보따리를 푸는 자리를 빌려서라도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별 수 없다. 만나야지.♬배터리는 다 떨어져 가는데 너도나도 아무런 말이 없는데 충전기는 멋대로 엉켜 있는데 별 수가 있나 만나야지 (그렇지)~♬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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