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中企강국 위해선 투자지원형 DR 도입해야

독일은 2004년부터 8년 연속 10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선진 7개국(G7)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비결은 바로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정책에서도 강조하는 강한 중소기업, 즉 '히든챔피언'이다.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연구지원 외에 중요한 부분이 바로 '금융'이다.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가 정부의 공적자금인 '요즈마펀드'로 창업국가로의 변모를 성공시킨 이스라엘의 사례다. 요즈마펀드의 성공으로 이스라엘 벤처기업에는 총 100억달러 이상의 전 세계 자금이 유입됐고, 세계 2위 규모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산업의 성장은 수많은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성공을 이끌었다.  해외자금 유입을 확대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투자지원형 주식예탁증서(Depositary Receipts)의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국내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외국인이 매입하려면 투자등록, 시차, 환전, 언어차이 등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해외투자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 DR이다. DR은 자본조달 및 자사주 처분 등의 목적으로 회사가 주도해 발행하는 자본조달형 DR(Sponsored DR)과 회사의 동의 없이 투자자들의 수요에 따라 DR예탁기관이 발행하는 투자지원형 DR(Unsponsored DR)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유치를 위해 1990년에 삼성물산이 최초로 DR을 발행한 이래로 자본조달형 DR만을 허용해 왔다. 하지만 자본조달형 DR발행만이 허용되다보니 상당한 DR유지비용, 해외상장비용 등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조달이 가능한 대기업 위주로 치우쳐 왔던 것도 사실이다. 투자지원형 DR은 다음 2가지 점에서 해외자본의 물길을 국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틀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본다. 첫째,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투자등록한 외국인투자자 수는 약 3만5000명인데 반해 우리나라 38개 기업이 발행한 해외DR의 투자자 수는 그보다 10배 이상 많은 약 37만명에 이른다. 국내에 투자등록한 외국인투자자의 경우는 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기관투자가ㆍ펀드 위주인 반면, 대부분의 해외 중소형 기관투자자ㆍ펀드 및 개인투자자는 해외에서 DR형태로 한국주식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많은 중소형 기관투자가 및 편드는 미국 이외의 주식에 투자할 수 없도록 약관이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고, 미국시장 내에서 달러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지원형 DR 발행이 허용되면 국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해외자본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주식을 해외시장에서 DR형태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는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투자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01조원인데 반해 코스닥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약 9조원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8개 기업의 투자지원형 DR이 해외에서 발행돼 있으며, 그 중 169개 기업(81.3%)이 중견ㆍ중소기업의 DR이다.   DR은 투자자를 다양화할 수 있고 유동성과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다. 투자지원형 DR이 발행돼 해외에서 거래된다면 기업의 해외시장 인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어느 해외조사기관의 26년에 걸친 실증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자지원형 DR이 해외에서 거래되는 회사가 자본조달형 DR을 발행할 때 주가가 평균 10% 상승하고 거래량은 약 30% 상승한다고 한다.  투자지원형 DR은 중견ㆍ중소기업에 대한 해외자본의 투자를 증대시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상품임에 틀림이 없다. 일본ㆍ중국에 비해 늦었지만 지금부터 관계당국 및 업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진행돼 조속한 시일 내에 투자지원형 DR발행이 허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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