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증권업, 구조조정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 우선

최원석 FnPricing 대표

올 들어 국내 45개 증권사 중 10여개사만이 100만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2008년 하반기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종합주가지수가 1800~2000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위기와는 멀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증권업의 수익성이 계속 나빠져 온 것을 감안할 때 이제는 증권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염려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증권업은 크게 수수료,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이익, 파생상품거래이익 등 세 가지로 돈을 벌 수 있다. 이 중 수수료 수입이 거의 반토막이 나면서 증권업의 위기가 왔다. 수수료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수탁수수료는 2007년 약 6조5000억원에 달했으나 200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작년에는 3조원 수준을 겨우 넘어섰다. 대신 자산관리수수료가 1조원대에서 6조원대까지 늘었고 신탁업무가 추가되면서 신탁보수도 4조원대로 올라서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업의 위기는 리테일의 위기, 그중에서도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탁수수료 수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각 증권사별로 지점 축소와 구조조정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증권사 숫자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의 숫자가 준다고 해서 증권업이 좋아질까. 물론 나빠진 수익성을 비용 측면에서 커버하고 일정한 파이를 적은 수가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증권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즉 위기의 근본 원인인 수수료 수익의 원천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직접투자 고객이 시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자산관리 혹은 간접투자 개인 고객이 채우고 있기 때문에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도 거래 중심이 아닌 WM(Wealth Management)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수료 가운데 수탁수수료와 함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집합투자증권(펀드) 취급수수료가 2000년대 초반 1조5000억원에서 증가하지 못하고 5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자산관리시장은 금융위기 이전 펀드 일변도에서 벗어나 최근 랩어카운트, 주가연계증권(ELS), 소매채권, 신탁, 방카슈랑스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중위험-중수익, 절세, 월지급식 금융상품이 향후 자산관리 시장의 3대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랩어카운트에 쏠림 현상으로 펀드 시장은 축소됐다. 그리고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타 금융기관과의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에서 유일하게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인데도 이를 단기 수익률 경쟁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증권업으로선 수수료 수입의 한 축을 버린 셈이다.  중ㆍ장기적으로 WM 부문이 성장하면서 브로커리지 부문의 성장성은 둔화될 전망이다. 전문적인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상품을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가 대상 영업에서는 양질의 리서치 서비스가 가능한 대형 증권사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업계 내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한 IFA(Independent Financial Agent) 기능의 출현이 눈앞에 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증권업도 자기자본 투자, 기관고객, 거액자산가 위주의 자산운용에서 리테일 고객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로의 확장을 근본적으로 생각할 때다.최원석 FnPricing 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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