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금융'으론 금융선진화 못 이룬다

정부가 산업은행에서 떼어낸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는 것이 골자인 정책금융 개편안을 내놨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에 따라 분리한 것을 4년 만에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정책금융공사를 떼었다 붙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됐다. 산은으로선 상업은행 기능을 강화한다며 벌여놓은 개인 대상 산매금융을 줄여야 하는 헛심을 써야 할 판이다. 낙후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업의 해외 플랜트 수주와 자원 개발을 뒷받침하며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대형 투자은행이 절실하다는 산은 민영화 추진 논리는 실종됐다. 대신 분산ㆍ중복된 정책금융 기능을 재편해 창업ㆍ벤처기업, 신성장산업, 해외 플랜트 등 창조경제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그마저 저항에 부닥쳐 흐지부지됐다.  업무중복 논란의 대상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세 조정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 장벽을 없애라고 그리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을 쪼갰다 붙였다 하는 식의 개편으로는 금융 후진국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의 원래 청사진대로 이번 기회에 정책금융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마땅하다.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선박금융공사는 통상 마찰을 우려해 설립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의 선박금융 조직과 인력 100여명을 부산으로 옮겨 '해양금융 종합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정치적 입김에 휘둘린 나쁜 선례다. 선거 때마다 지역에 특정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설치고 이익단체들의 요구도 거세질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 투자은행들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한국형 투자은행의 필요성은 상존한다. 국내 기업의 대규모 해외 플랜트 수주나 인수합병(M&A)은 여전히 외국계 투자은행의 독무대다. 외국인들이 한국에는 왜 삼성전자ㆍ현대차만 한 금융회사가 없냐고 묻는 이유다. 언제까지 금융산업을 기업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수준으로 방치할 것인가. 금융 선진화 정책은 정권을 넘어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논리로 재단해선 안 된다. 정권따라 춤추는 5년 단위의 청사진 아래에선 한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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