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 앞둔 손흥민, 새 시즌 과제는 '꾸준함'

손흥민(왼쪽)-시드니 샘[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손흥민(레버쿠젠)은 꽃봉오리다. 함부르크 시절 망울진 잠재력이 이적 뒤 만개(滿開)를 앞뒀다. 활짝 핀 꽃잎을 보여주려면 한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복 없는 플레이다.손흥민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슈투트가르트와의 2013-14 독일 분데스리가 2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장, 71분 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 3일 립슈타트와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1라운드(6-1 승)와 10일 프라이부르크와의 리그 개막전에 이은 세 경기 연속골 행진은 자연스레 무산됐다. 레버쿠젠은 1-0 승리를 거뒀지만 시종일관 슈투트가르트에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점유율(46%-54%)은 물론 슈팅(13-17), 코너킥(3-10) 등에서 모두 뒤졌다. 전반전 행운의 자책골이 없었다면 무승부도 쉽지 않았을 경기였다. 이런 열세에서 손흥민에게 골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그렇다고 해도 손흥민의 활약은 다른 때보다 분명 부족했다. 스포츠 통계 전문업체 'OPTA'에 따르면 돌파와 슈팅은 단 한 차례씩에 그쳤다. 유효슈팅은 없었다. 전체 패스 성공률은 81%(16회 가운데 13회)로 나쁘지 않았으나, 공격 진영에선 57%(7회 가운데 4회)에 머물렀다. 패스의 방향 역시 슈테판 키슬링이나 시드니 샘 등 동료 공격수보다 수비수나 미드필더에 쏠렸다. 상대 자책골의 씨앗이 됐던 전진 패스에도 경기 기여도는 팀 내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그만큼 공격에서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수비에서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세 차례 가로채기에 성공했고, 빼앗긴 공을 두 차례 되찾았다.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중시하는 팀 컬러에 부합하는 점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공격수다. 특히 날카로운 역습으로 노리는 레버쿠젠이기에, 주어진 시간에 밀도 있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곤란할 수 있다. 그가 후반 26분 교체 아웃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날 경기를 통해 손흥민의 올 시즌 과제를 엿볼 수 있었다. 꾸준함이다. 기복 있는 플레이는 그동안 손흥민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앞서 조광래 전 감독, 최강희 전북 감독 등 그를 지도했던 대표팀 사령탑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멀티 골을 넣은 도르트문트전 2경기와 마인츠전 등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지만, 유효슈팅을 한 차례도 남기지 못한 경기도 13경기(40%)나 됐다. 올 시즌도 앞선 두 경기의 맹활약에 비해 이날 경기는 확실히 부족했다.

손흥민(왼쪽)과 현역 시절 차범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br />

물론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4년 차지만 풀타임 시즌이 이제 겨우 두 번째다. 나이도 21세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기복 있는 플레이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월드 클래스'로의 도약을 꿈꾸는 그이기에, 컨디션에 따라 요동치는 경기력은 분명 넘어서야 할 단점이다.롤 모델인 차범근 전 감독만 해도 현역 시절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었다.굴곡을 줄이기 위해선 플레이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장점인 배후 침투와 슈팅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 헤딩 능력 등을 향상시켜야 한다. 성숙한 경기 운영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시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땐 종종 독단적 플레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동료들과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시절 손흥민을 외면한 건 이와 무관치 않다.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아직은 우려보다 기대가 앞선다. 차범근은 26세에 처음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았다. 손흥민은 5년 뒤 같은 나이가 된다. 그만큼 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이란 꿈의 무대에도 나선다.차범근 전 감독은 "내 경험상 선수가 잘 나갈 땐 옆에서 하는 말이 잘 안 들린다"며 "그러다 부진에 빠지면 실망도 크게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급 선수라도 항상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고 리듬을 타는 법"이라며 "흥민이도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정해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꾸준히 달렸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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