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 단지 전경. 취득세 감면 종료와 세제개편으로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전셋값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특별한 개발호재도 없는데 20년 이상 된 아파트를 매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교육 등 생활여건에는 손색이 없으니 여름에도 전세 수요는 넘쳐난다."(고양시 일산서구 S중개업소 관계자)"수직증축 리모델링 발표 이후에는 기대감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저도 없어졌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고 나서니 전세에만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A중개업소 대표)지난 3일 찾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는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에 이어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거래절벽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입주 20년 이상 된 중층 단지여서 투자 매력까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거래는 뚝 끊겼지만 전세 수요자들의 발길은 계절과 상관없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성공한 신도시답게 교육과 교통 등 정주여건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정부가 4·1부동산 대책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토록 허용하면서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분당은 다시 침체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셋값은 더욱 폭등하고 있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구 전셋값은 올해 들어 매주 가파르게 상승하며 단 한 번도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분당구 서현동 L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보증부월세로 계약하지 않으면 전셋값이 3000만~5000만원 올라간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물건 자체가 많지 않으니 계약은 순식간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주택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3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신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6월 3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단지·평형 아파트는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계약되기도 했다.일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접한 파주 일대와 고양 삼송지구 등에 지속적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미분양이 증가, 매매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두동, 주엽동 등은 여전히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특히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전환률 하락세가 가파르다. 일산서구 강선마을 유원아파트 전용 65㎡는 지난 5월 전세 1억6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후 6월 같은 아파트·평형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70만원의 보증부월세로 계약됐다. 저금리 시대가 낳은 새로운 모습이다. 또 덕이지구와 식사지구 등은 집주인의 대출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최대 1억원까지 차이를 보이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산동구 식사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많은 집에는 세입자를 중개하기가 힘들다"면서 "집주인들도 돈이 급하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대폭 내려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사동 위시티블루밍3단지 전용 101㎡는 지난 2월 2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4월에는 1억7000만원, 지난 5월에는 다시 2억7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담보대출 여부에 따라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분당, 일산 등은 성공한 1기 신도시로 인프라가 뛰어나고 중소형 평형이 많아서 전세입자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하지만 아파트는 노후화하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매수세는 없고 전셋값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재개편이 확정될 때까지 매수세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이민찬 기자 leem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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