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어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뒤 오늘 새벽 체포됐다.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어제 사표를 제출했다. CJ그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이 드러난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CJ그룹은 2006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당시 본청 국장이던 허 전 차장을 만나 선처를 부탁하면서 30만달러와 고가 명품시계 2개를 전달했다고 한다. 허 전 차장은 이 뇌물을 당시의 전 청장과 나누어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송 서울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국세청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유한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원을 탈세한 정황을 확인했으나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 CJ그룹의 뇌물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CJ그룹은 2008~2009년 세무조사에서도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때는 CJ그룹이 자신신고하는 형식으로 1700억원을 추징했으나 검찰의 형사고발 요청은 묵살했다. 이번 사건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조세징수권을 뇌물과 바꾸는 국세청의 고질적 부패구조가 여전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역대 국세청장 19명 가운데 뇌물수수나 기타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은 사람이 8명에 이른다. 지난 3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팀 직원 9명이 세무조사를 빌미로 7개 기업으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받아 서로 나눠 갖고 상사에게 상납까지 한 사실을 경찰이 적발한 바 있다. 국세청 일각에서 조직범죄를 방불케 하는 뇌물 수수 및 배분이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마침 국회에서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과 국세행정 투명화 등을 위한 국세청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별도 입법을 해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취지는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 부정기적인 사정이나 자정 캠페인만으로는 안 된다. 법과 제도로써 국세행정을 투명화하고 국세청의 부패구조를 척결해야 한다. 그것이 세금을 내는 국민의 뜻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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