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국전 참전용사 자손에 3년째 장학금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터키 이스탄불에 살고 있는 아리프 에길메즈(81)씨는 한국전 참전용사다. 1952년 파병돼 휴전 때까지 군산과 인천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웠다. 그는 참전 당시 한국에서 전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터키로 보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지금도 아리프씨는 아들, 손자 등 가족들을 앉혀놓고 전쟁 당시의 무용담을 추억삼아 이야기 하곤 한다. 대학에 다니는 아리프씨의 손자 이키트 에길메즈(22) 역시 할아버지의 영웅담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하도 들어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참전 경험이 지난해부터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참전 경험 덕분에 삼성전자 터키법인이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에게 주는 장학금'을 지난해부터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 장학금 제도가 세대를 넘어 한국과 터키를 이어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 참전용사 아리프 에길메즈(81,오른쪽)씨와 손자 이키트 에길메즈(22)

이키트는 장학금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나도 놀랐고 주변에서도 놀랐다.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길 줄 전혀 몰랐다"며 "나와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의미 있고 유익한 장학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도를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해왔다. 목숨 바쳐 한국을 도와준 참전용사들에게 되갚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침 그들의 손자 세대가 대학에 입학할 나이가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터키의 전국 100여개 대학에서 장학금 대상자를 찾았고 사회봉사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150명의 대학생을 선발했다. 이렇게 뽑힌 이들에게 삼성전자는 대학 등록금과 월 150달러(연10회)를 졸업 때까지 지급한다. 이키트는 할아버지 덕분에 받은 장학금으로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한국전 참전 용사인 할아버지 덕분에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와우, 삼성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며 "이 장학금이 내 꿈을 더 구체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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